성령강림 후 네번째 주일 / 6월 두번째 주일

성령께서 너희를 변호하실 것이니

요한복음 14:15 - 21

정해빈 목사

    



1. 오늘 우리가 읽은 요한복음 14장 말씀은 예수님의 고별 설교에 해당하는 말씀입니다. 예수께서는 이 고별 설교를 통해서 제자들을 위로하시고 격려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이제 곧 내가 세상을 떠날 것이다 말씀하시니까 제자들이 걱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님이 떠나시면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 제자들이 물었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다. 그리하면 아버지께서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보내셔서 영원히 너희와 함께 계시게 하실 것이다. 그는 진리의 영이시다. 나는 너희를 고아처럼 버려두지 아니하고 너희에게 다시 오겠다.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며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실 것이다.” 여기 보면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두 가지 말씀이 나옵니다. 첫째 하나님께서 너희를 고아처럼 버려두지 아니할 것이다. 아버지께서 나 대신 보혜사를 보내셔서 그가 영원히 너희와 함께 할 것이다, 둘째 보혜사 성령께서는 진리의 영으로 오셔서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실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는 첫째로 우리가 고아가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들 입장에서는 예수님이 떠나신다고 하니 걱정이 많이 되었을 것입니다. 영적으로 고아가 되는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옆에 계시면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귀신을 쫓아내셨고 병자를 고치셨습니다. 바다를 잠잠케 하셨고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이셨습니다. 그런데 그 예수님이 세상을 떠나신다고 하니까 제자들이 걱정이 많아졌습니다. 마치 부모 옆에서 안심하고 놀던 자녀가 갑자기 부모가 없어지니까 걱정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님이 떠나시면 누가 우리를 보호해 주고 가르쳐 줍니까? 누가 우리를 먹여주고 입혀 줍니까? 제자들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예수께서는 그런 제자들을 향해서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떠나면 나 대신 너희를 변호해 주고 상담해주고 위로해 주는 보혜사 성령께서 오실 것이다 말씀하셨습니다. 여기 나오는 보혜사(保惠師)는 한자로 말하면 보호해 주고 은혜를 베풀어 주는 선생, 변호사, 상담가/카운슬러를 가리킵니다. 우리들도 세상에서 억울하고 곤란한 일을 당하면 변호사, 상담가/카운셀러를 찾아갑니다.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변호사, 상담가/카운셀러를 찾아가서 도움을 받습니다. 평소에는 그런 분들이 필요없는 것 같아도 내가 어려울 때 그 분들의 도움을 받으면 그 분들이 고맙게 여겨집니다. 물론 세상에서는 그 분들의 도움을 받으려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혜사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오셔서 값없이 우리를 위로하시고 변호해 주십니다. 예수님을 대신해서 보혜사 성령께서 오셔서 우리를 변호하시고 위로해 주십니다. 남미의 해방신학자인 Leonardo Boff 신부는 [Come, Holy Spirit, 오소서 성령이여] 라는 책에서 성령은 comforter of the poor, 가난한 사람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옛날 초대 교인들은 대부분 가난했습니다. 성령께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그들을 붙들어 주십니다.


생태 신학자 메튜 폭스(Matthew Fox)[내 몸과 영혼의 지혜]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19세기 고아원에서 한 살 이내의 영아사망률이 9099%에 이르렀는데 그 주요한 이유가 아기들을 안아주고 귀여워해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안마(massage)를 해준 아기는 안마를 안 해준 아기보다 50% 더 빨리 몸무게가 늘어났고 주변에 대해 보다 주의력을 보였다. 또한 그들은 보다 침착했고 덜 흥분했으며 덜 울었다. 어미 개가 강아지를 핥아주는 것은 강아지를 깨끗하게 씻어주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를 건드려 자극을 주려는 것이다. 뱃속의 태아(胎兒)들도 자궁 속에서 양수(羊水)의 따뜻함에 의하여 만지고 만져진다. 젖먹이는 것도 입술의 신경세포들을 접촉하는 것이고 배내옷과 기저귀도 아기가 자궁 속에서 늘 받았던 것과 같은 따스함을 준다. 어머니가 아기를 만지면 아기는 자궁 속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서도 만지는 것이 가능함을 배운다. 세계가 자궁이 되고 자궁은 성장해서 세계가 되는 것이다.” 마치 어머니가 아기를 만지면 아기가 좋아하는 것처럼, 보혜사 성령께서는 신선한 공기와 바람과 사랑의 영으로 우리를 따뜻하게 만져 주시고 보살펴 주십니다.


2. 두 번째로 보혜사 성령은 위로의 영이시면서 동시에 진리의 영이시기도 합니다. 진리의 영으로 오셔서 예수님이 우리들에게 말씀하신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해 주십니다. 서로 사랑하여라, 원수를 사랑하여라, 이렇게 기도하여라, 이렇게 세상을 살아라, 아버지 하나님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주님의 말씀이 필요할 때 주님의 말씀을 생각나게 해 주십니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가장 필요한 말씀을 생각나게 해 주십니다. 지혜가 필요할 때 지혜를 주시고 깨달음이 필요할 때 깨달음을 주십니다. 거친 세상을 살아갈 때 우리가 실족하지 않도록 도와주시고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지혜롭지 못한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세상 살아서 무엇하나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고, 욕심에 사로잡혀서 잘못된 판단을 할 때도 있고, 경솔하고 어리석은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진리의 영께서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의 생각을 바로잡아 주시고 진리를 깨우쳐 주십니다.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주십니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 히틀러에 반대했다가 순교당한 디트리히 본훼퍼라는 신학자가 있습니다. 이 신학자는 감옥에서 쓴 편지 [옥중 서신]에서 현대인의 신앙생활은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서사는 것과 같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하나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세상 모든 것을 다 조정하시고 저 하늘 위에 앉아 계신다고 고백했습니다. 하늘에서 눈과 비가 내리는 것이나 우리들 삶의 작은 부분까지도 하나님께서 다 계획하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렇게 믿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하나님이 눈과 비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눈과 비를 내린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도움 없어도 세상은 스스로 알아서, 스스로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본 훼퍼는 이런 현대 세상을 가리켜서 어른이 된 세계라고 불렀습니다. 오늘날의 세상은 하나님이 없는 세상과 같습니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힘이 없어 보입니다. 그럼 오늘날과 같이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어떻게 신앙생활을 해야 할까요? 참다운 신앙인은 하나님 없이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살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하나님 없이라는 말도 중요하지만 하나님 앞에서라는 말이 더 중요합니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보고 계신다고 믿고 하나님 앞에서 성숙하고 책임 있는 신앙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서살지 않기 때문에 악을 행하고 죄를 짓고 이기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인류가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셔 살기는 편해졌지만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전쟁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서, 양심 앞에서, 진리 앞에서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이 없다고 생각하고 자기 마음대로 살아갑니다. 하나님 믿는 사람들도 하나님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신앙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예수님 시대에 제자들이 그랬습니다. 예수님이 옆에 계실 때는 아무 것도 걱정할 것이 없었습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예수께 물어보았고 몸과 마음이 아프면 예수님으로부터 치료를 받았습니다. 예수님이 먹여주셨고 입혀주셨습니다. 악을 물리쳐 주셨고 병마와 귀신을 쫓아 내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떠나고 나니 두려움이 닥쳐왔습니다. 주님이 떠나시면 우리들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누가 우리를 가르쳐 줄 수 있습니까? 누가 우리를 지켜줄 수 있습니까? 누가 우리를 보호해 줄 수 있습니까? 제자들이 물었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내가 떠나면 나를 대신해서 보혜사 성령께서 오셔서 우리들을 이끌어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 없이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살 수 있도록 성령께서 우리들을 도와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치 부모 밑에서 행복하게 살던 자녀가 부모가 떠나면 스스로 알아서 살림을 하고 가정생활을 꾸려야 하는 것처럼 우리들은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스스로 알아서 신앙 생활을 해야 합니다. 스스로 알아서 신앙 생활을 하려고 하니 걱정과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하지만 성령께서는 우리들을 고아로 내버려 두지 않고 우리들을 따뜻하게 만져주시고 변호하시고 위로해 주십니다. 우리들로 하여금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게 하십니다. 성령님의 도우심을 받아 하나님 없이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바르고 진실되게 신앙인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가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The Holy Spirit will defend you

John 14:15 - 21


Jesus said to his disciples: If you love me, you will do as I command. Then I will ask the Father to send you the Holy Spirit who will help you and always be with you. The Spirit will show you what is true. The people of this world cannot accept the Spirit, because they don't see or know him. But you know the Spirit, who is with you and will keep on living in you. I won't leave you like orphans. I will come back to you. In a little while the people of this world won't be able to see me, but you will see me. And because I live, you will live. Then you will know that I am one with the Father. You will know that you are one with me, and I am one with you. If you love me, you will do what I have said, and my Father will love you. I will also love you and show you what I am like. (John 14:15-21)


In the Farewell Discourses Jesus says repeatedly, "Don't be worried! Have faith in God and have faith in me. Don't be worried that I will leave you. When I depart, the Father will send the spirit to you, to call to your remembrance all that I said and the spirit will teach you all things." In this discourses, the spirit is called the Counselor and the Paraclete which means an advocate or helper. The spirit will guide those in whom it resides into all truth. The spirit will take what is mine, says Jesus, and declare it to you. It is the experience of the indwelling life of God in the form of the spirit. It comes as the life-giving breath of God flows to the disciples from Jesus, who has passed from death into life because he could give his life away in love for others.


As a German theologian Dietrich Bonhoeffer said, we are living in the world where there seems no God. Today we live in religionless Christianity, as if there were no God. But we are also called to live before God. When Jesus was about to leave his disciples, they were afraid. So Jesus said to them, "I will not leave you orphaned. The Advocate, the Holy Spirit, whom the Father will send in my name, will teach you everything, and remind you of all that I have said to you. Do not let your hearts be troubled, and do not let them be afraid." Although Jesus is not anymore with us physically, we are not afraid because the spirit is with us. This spirit comes to us in order to comfort the poor and the hopeless in the world. We are encouraged to live "without God but before God," since the spirit of Advocate and Helper is with us. The spirit moves as wind and works in the world on behalf of God and Jesus. This spirit defends and help us live the world as the people of God. Amen.

Posted by 정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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