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 후 여섯번째 주일 / 6월 네번째 주일

하갈과 이스마엘을 기억하며

창세기 16:5 - 13

정해빈 목사

     



1. 오늘 우리가 읽은 창세기 16장 말씀에는 하나님께서 사래의 몸종 하갈을 부르시고 축복하시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창세기 이야기 중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깊이 생각해 볼만한 말씀 중 하나가 바로 이 말씀입니다. 하갈이 아브라함의 집을 떠나 이집트로 가는 중에 수르라는 곳에 이르렀을 때 하나님께서 하갈을 부르셨습니다. 수르는 가나안과 이집트의 경계선에 있어서 남쪽으로 한 발짝 만 더 가면 이집트 땅이 됩니다. 하나님께서 하갈에게 나타나셔서 이집트로 가지 말고 아브라함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본래 하갈은 아브라함의 부인 사래가 이집트에서 데리고 온 몸종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너의 자손이 별처럼 많아질 것이다말씀하셨지만 아브라함에게는 나이가 들도록 자식이 없었습니다. 아이를 낳지 못한 사래는 아브라함이 자신의 여종 하갈을 통해서 자식을 보게 했습니다. 옛날 사회는 일부다처제 사회였고 자식이 중요했기 때문에 첫째 부인이 자식을 낳지 못할 경우 여종을 통해 자식을 보게 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갈은 아브라함의 두 번째 부인이 되었고 하갈은 아브라함을 통해서 아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첫째 부인은 아이가 없었는데 둘째 부인은 아이를 가졌습니다. 이런 경우 첫째 부인은 둘째 부인을 핍박해서는 안 되고 둘째 부인 또한 첫째 부인을 멸시하면 안 됩니다. 그래야 가정에 평화가 옵니다. 하지만 사람 사는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하갈은 아이를 갖고 나서 자신이 아브라함의 아이를 가졌다는 생각에서 사래를 무시하기 시작했고 사래는 사래대로 화가 나서 하갈을 학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사래의 학대를 견디지 못한 하갈은 임신한 채로 자기 조국인 이집트 땅으로 도망을 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을 보면 하갈이 이집트로 가기 위해 수르라는 곳에 이르렀을 때 주의 천사가 나타나 하갈을 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래의 종 하갈아, 네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길이냐? 나의 여주인 사래에게서 도망하여 나오는 길입니다. 너의 여주인에게로 돌아가서 그에게 복종하면서 살아라.” 하갈은 본래 이집트 사람이니까 그냥 이집트로 가게 내버려 둘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하갈에게 나타나셔서 사래의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언뜻 보면 이 말씀이 부당하게 느껴집니다. 사래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도망쳐 나왔는데 다시 사래의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습니다. 너는 사래의 몸종이니까 너의 주제를 알고 그냥 학대받으면서 살라는 말씀일까요? 어떻게 이렇게 말씀하실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말씀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하갈과 이스마엘을 축복해 주셨습니다. 내가 너에게 많은 자손을 주겠다. 자손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불어나게 하겠다. 너는 임신한 몸이다. 아들을 낳게 될 터이니 그의 이름을 이스마엘이라고 하여라. 네가 고통 가운데서 부르짖는 소리를 주님께서 들으셨기 때문이다.” 너의 자손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불어나게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본래 이 말씀은 아브라함과 사래에게 주신 말씀이었는데 하나님께서는 하갈에게도 똑같은 축복을 내려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사래 사이에 난 이삭도 사랑하지만 아브라함과 하갈 사이에 난 이스마엘도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말씀은 겉으로 보면 아브라함 집안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인류의 운명을 바꿀 만한 큰 사건이기도 합니다. 사래가 히브리/이스라엘 백성을 가리킨다면 하갈은 이집트/팔레스타인 백성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사래가 유대교/기독교를 가리킨다면 하갈은 이슬람교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하갈이 서 있는 수르라는 곳은 가나안과 이집트의 경계선이 있는 곳이었는데 오늘날로 말하면 아랍 사람들이 정신적 고향으로 생각하는 Mecca로 가는 길과 이스라엘 사람들의 정신적 고향으로 생각하는 예루살렘으로 가는 분기점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메카로 가는 길이 나오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하갈이 마음에 한을 품고 고향으로 막 들어서려고 할 때 주의 천사가 나타나 하갈을 위로하고 다시 사래의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습니다.


2. 하갈 입장에서는 사래의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씀이 야속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사래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도망쳐 나왔는데 어떻게 다시 사래의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십니까?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여기서 하갈이 고향으로 돌아가 버리면 하갈과 사래는 원수가 되고, 그들이 낳은 이스마엘과 이삭도 원수가 되고, 그들의 후손 이슬람 사람들과 유대/기독교인들도 원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하갈 앞에 나타나셔서 다시 돌아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한번쯤은 해보는 질문을 떠오르게 됩니다. 그것은 인간 사회에 갈등이 생길 때 갈라서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고통스러워도 함께 사는 것이 옳은가 하는 질문입니다. 집안에서, 사회에서, 국가에서 서로 간에 갈등이 생길 때 완전히 갈라서서 원수로 살 것이냐, 아니면 고통스러워도 같이 살 것이냐, 성경은 바로 이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갈에게 갈라서서 원수가 되지 말고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힘들어도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면서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이 구원이고 그것이 화해이고 그것이 살 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갈에게 네가 아이를 가졌으니 사래를 굴복시키라고 말씀하지도 않으셨고 반대로 사래에게 하갈을 굴복시키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하갈 편도 들지 않으셨고 사래 편도 들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두 사람이 함께 더불어 사는 것뿐이었습니다. 고통스럽지만 함께 더불어 사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한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영국 사람들이 워낙 자부심이 강해서 우리는 특별하다, 우리는 따로 떨어져서 살겠다, 이렇게 결정을 한 것 같습니다. 나와 피부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 것이냐, 아니면 갈라져서 원수로 살 것이냐, 바로 여기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더불어 살지 않으면 이 세상은 혐오와 증오의 세상이 됩니다.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는 한 청년이 군대에서 사용하는 긴 총을 클럽에서 쏴서 대략 50명이 죽고 50명이 다쳤습니다. 한 명이 100명을 죽거나 다치게 만들었습니다. 미국에서는 군인들이 사용하는 총을 민간인들도 구입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커피숍보다 총기판매점이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개인적인 원한이나 증오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고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이나 사회나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더불어 살지 않고 상대방을 원망하고 증오하면 남는 것은 갈등과 충돌뿐입니다. 우리 민족도 66년 전에 6.25 전쟁을 겪었습니다. 나와 종교가 다르고 삶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힘들고 불편합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우리들 모두는 하나님의 집,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야 합니다. 생명을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우리 앞에 나타나셔서 서로 원수가 되지 말라고, 증오하지 말라고, 살인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인류에게 언제 평화가 오느냐, 갈라서고 원망하고 증오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저쪽을 다 죽인다고 해서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불편해도 사래와 하갈이 한 집안에서 함께 사는 것만이 참된 평화의 길이라는 것을 주님은 가르쳐 주셨습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너의 후손이 하늘의 별처럼 많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사래와 하갈에게 똑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사래의 후손도 축복하셨고 하갈의 후손도 축복하셨습니다. 종교가 다르고 인종이 다른 형제들이 함께 사는 길은 우리들 모두가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서 함께 사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집을 나간 탕자가 회개하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온 것처럼, 우리들 모두는 형제를 미워한 것을 회개하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하갈도 탕자이고 사래도 탕자입니다. 사래를 미워한 하갈도 회개하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와야 하고 하갈을 미워한 사래도 회개하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다른 형제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공존하는 길만이 우리들 모두가 살 길입니다. 하갈도 하나님의 자녀이고 사래도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 모두를 사랑해 주셨습니다. 집에서 쫓겨난 하갈을 불쌍히 여기시고 그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떨어져서 원수로 살지 말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서 힘들어도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이 세상, 지구, 아버지의 집에서 형제들 모두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살 때 이 땅은 평화의 땅이 될 줄로 믿습니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Remembering Hagar and Ishmael

Genesis 16:5 - 13


Abram's wife Sarai had not been able to have any children. But she owned a young Egyptian slave woman named Hagar, and Sarai said to Abram, "The LORD has not given me any children. Sleep with my slave, and if she has a child, it will be mine." Abram agreed, and Sarai gave him Hagar to be his wife. This happened after Abram had lived in the land of Canaan for ten years. Later, when Hagar knew she was going to have a baby, she became proud and was hateful to Sarai. Then Sarai said to Abram, "It's all your fault! I gave you my slave woman, but she has been hateful to me ever since she found out she was pregnant. You have done me wrong, and you will have to answer to the LORD for this." Abram said, "All right! She's your slave, and you can do whatever you want with her." But Sarai began treating Hagar so harshly that she finally ran away. (Genesis 16:1-6)


Hagar stopped to rest at a spring in the desert on the road to Shur. While she was there, the angel of the LORD came to her and asked, "Hagar, where have you come from, and where are you going?" She answered, "I'm running away from Sarai, my owner." The angel said, "Go back to Sarai and be her slave. I will give you a son, who will be called Ishmael, because I have heard your cry for help. And later I will give you so many descendants that no one will be able to count them all. But your son will live far from his relatives; he will be like a wild donkey, fighting everyone, and everyone fighting him." Hagar thought, "Have I really seen God and lived to tell about it?" So from then on she called him, "The God Who Sees Me." (Genesis 16:7-13)


In Chapter 16:8 the Lord says to Hagar, “Go back to your mistress and submit to her.” It looks harsh to Hagar who ran away from Abraham’s house to escape Sarah’s hate. But God permits Hagar to look beyond the present to see the multitude of people that would come from the baby she is carrying. The boy is to be called Ishmael, which means “God shall hear,” or, “Whom God hears.” She recognizes the LORD as the One who sees her. Today’s passage shows that God blesses not only Sarah’s descendants but also Hagar’s posterity. God knows that if Hagar cross over to Egypt, Sarah and Hagar become mutual enemies. History shows that this hostility would lead to the trouble between Judaism/Christㅑanity and Islam. God does not give favor to neighbour Sarah nor Hagar. What God wants to them is to live together peacefully although it is much painful than living apart. Surprisingly, God blesses Hagar as much as God blesses Sarah. We are called to live together with other people who are much different from us in religion, race, and thought. God loves them as God loves us. This story shows that only when we open our mind toward other people, we will make a better world. Amen.

Posted by 정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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