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 후 열네번째 주일 / 8월 세번째 주일

해방주일, 혐오를 넘어 환대와 화해로

예레미야서 31:1 - 6 

정해빈 목사



1. 지난 815일은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1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1910829일부터 1945년까지 815일까지 35년 동안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요즘은 일제가 강제로 조선 땅을 점령했다고 해서 일제 강점기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인류 역사에 가장 부끄러운 역사 중 하나가 제국주의 역사입니다. 영국은 인도를 식민지로 만들었고 프랑스는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들었으며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아메리카를 식민지로 만들었습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독일이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주장하면서 유럽을 차지하려고 하였고 일본은 대동아 공영권, 동아시아를 한 나라로 만들자는 명분하에 조선과 중국을 차지하려고 하였습니다. 큰 나라가 약한 나라를 지배하려는 것을 제국주의라고 부릅니다. 다른 나라를 공격하고는 너희가 미개하니까 우리가 너희를 도와주려 왔다고 말을 합니다. 자기가 최고이든 아니든 그냥 자기 나라에서 살면 모두가 행복합니다. 각자가 서로 간섭하지 않고 자기 땅에서 행복하게 살면 됩니다. 하지만 제국들은 더 큰 나라를 만들려는 욕심으로 약한 나라를 쳐들어갔습니다. 많은 유럽 제국들이 아프리카에 가서는 흑인들을 노예로 만들었고 아메리카에 쳐들어가서는 거기에서 살고 있는 원주민들을 다 죽였습니다. 흑인들과 원주민들은 무식하니까 이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제도 조선 사람들을 이등 국민으로 취급했고 무식하고 게으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몇 백 년 동안 인류는 이런 제국의 시대를 겪었습니다. 제국은 하나님의 뜻에 역행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민족을 사랑하시고 모든 민족이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에덴동산을 만드시고 보시기에 좋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고 땅에 충만하여라 말씀하셨습니다. 자손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라, 땅에 퍼져서 행복하게 살아라 말씀하셨습니다. 에덴동산의 반대는 정글입니다. 정글에서는 강한 동물이 약한 동물을 잡아먹습니다. 거기에는 평화가 없습니다. 구약 시대의 예언자들은 제국을 반대하고 하나님께서 만드신 평화의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11장에서 에덴동산/하나님 나라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때에는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새끼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풀을 뜯고, 어린 아이가 그것들을 이끌고 다닌다. 암소와 곰이 서로 벗이 되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눕고,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는다.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 곁에서 장난하고, 젖 뗀 아이가 살무사의 굴에 손을 넣는다. 나의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서로 해치거나 파괴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물이 바다를 채우듯, 주님을 아는 지식이 땅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힘이 있다고 해서 상대방을 해치거나 파괴하지 않는 세상,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일제 강점기가 시작되었을 때 일제에 협력한 사람들도 있었고 독립 운동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일제가 계속 통치하니까 일제가 영원할 줄로 알고 일제에 협력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독립 운동을 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조선에서 제일가는 부자 중 하나였던 이회영, 이시영 6형제는 급하게 재산을 처분해서 당시 금액으로 40만원, 현재 가치로 60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들고 만주로 이주해서 독립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노비문서를 불태워서 노비들을 해방시켰고 나머지 식솔들을 데리고 만주로 가서 독립군을 양성하는 신흥무관학교를 세웠습니다. 6형제 중에서 5명이 객사하고 1명만 살아서 해방을 볼 수 있었습니다. 8.15 해방이 우리 노력이 아니라 연합군에 의해서 저절로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쉬운데 그냥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이회영, 이시형 선생 같은 분들이 헌신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결실이었습니다. 후세대들이 그 당시 유력한 집안 중에서 독립운동을 열심히 한 집안이 있었습니까?” 라고 물었을 때 이런 분들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나마 이런 집안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얼굴을 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구약 성경을 보면 히브리/이스라엘 사람들이 북쪽 앗시리아/바벨론과 남쪽 이집트 사이에서 고통 받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이스라엘 땅 자체가 유럽과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지나가는 길목에 있었기 때문에 주변 나라들이 항상 이 땅을 차지하려고 하였습니다. 어떤 때는 북쪽 앗시리아/바벨론이 쳐들어오고 어떤 때는 남쪽 이집트가 쳐들어옵니다. 지혜로운 지도자는 북쪽 나라와 남쪽 나라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서 위기를 벗어났지만 어리석은 지도자는 국제 정세를 잘못 판단하고 경솔하게 행동하는 바람에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북쪽 나라와 남쪽 나라가 서로 잡아당기다 보면 가운데 있는 나라는 두 쪽으로 나누어지기가 쉽습니다. 이스라엘도 남유다와 북이스라엘로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남북이 서로 경쟁하다 보니 한쪽에 위기가 와도 다른 쪽이 도와주지 않습니다. 남북이 하나이면 다른 나라들이 침략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스라엘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서 서로 싸우니 주변 나라들이 보기에 그 땅을 차지하기가 더 쉬었습니다. 결국 북이스라엘이 먼저 멸망하고 나중에 남유다도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남과 북이 갈라졌을 때 서로 정통성을 주장했습니다. 남유다는 우리는 다윗/솔로몬의 후손들이다, 우리에게는 예루살렘과 성전이 있다, 그러니 이스라엘의 정통성은 남쪽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북이스라엘은 이스라엘 12지파 중에서 10지파가 우리에게 속해 있고 인구도 우리가 더 많으니 이스라엘 정통성이 우리에게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로 자기에게 정통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싸우다가 다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한국 땅도 이스라엘 땅처럼 북쪽 나라와 남쪽 나라 사이에 끼어 있어서 끊임없이 고통을 받았습니다. 한국 오천년 역사를 보면 4번 크게 침략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고려 시대 몽골의 침략,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 강점기. 그 중에서 몽골의 침략과 병자호란은 북쪽 나라가 쳐들어 온 경우였고 임진왜란과 일제 강점기는 남쪽 나라가 쳐들어온 경우였습니다. 북쪽 나라와 남쪽 나라가 간섭을 하고 영향력을 행세하니 조선 땅도 이스라엘처럼 남북으로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이 서로 정통성을 주장한 것처럼 남과 북도 서로 정통성을 주장합니다. 북쪽 사람들은 남쪽 사람들은 변절했지만 우리들은 끝까지 독립운동을 했으니 민족의 정통성이 우리에게 있다고 주장합니다. 남쪽 사람들은 너희들은 굶어 죽지만 우리들은 경제를 발전시켰으니 민족의 정통성이 우리에게 있다고 주장합니다. 남과 북이 서로를 비방하고 증오하고 신무기를 개발하면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이 차례차례 멸망한 것처럼 남과 북도 그렇게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 형제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혐오의 문화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오늘날 인류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혐오의 문제입니다. 특정한 소수를 대상으로 혐오하고 조롱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그들은 비정상이고 나는 정상인 것처럼 행세합니다. 백인은 흑인을 혐오하고 이성애자는 동성애자를 혐오하고 정상인은 장애인을 혐오하고 시민권자는 난민을 혐오합니다. 숫자가 적은 사람들, 가장 약하고 만만한 사람들을 혐오하고 조롱합니다. 혐오와 증오가 아니라 낯선 사람을 환영/환대하고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예레미야서 31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 주의 말이다. 때가 오면 나는 이스라엘 모든 지파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 내가 너로 다시 사마리아 산마다 포도원을 만들 수 있게 하겠다. 포도를 심은 사람이 그 열매를 따 먹게 하겠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회복시키시고 특히 사마리아를 축복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남쪽 정통 유대인들은 북쪽 사마리아 사람들을 혐오하고 증오했습니다. 사마리아를 부를 때 마다 꼭 그 앞에 부정적인 별명을 붙였습니다. 더러운 사마리아인, 피가 섞인 사마리아인, 혼혈 사마리아인, 배신자 사마리아인 이렇게 불렀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강도만난 자의 비유를 통해서 정통 유대인 제사장과 레위인은 강도만난 자를 지나쳤지만 소위 더럽다고 멸시받는 사마리아인은 강도만난 자를 치료해 주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 더러운 사마리아인을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바꾸셨습니다. 예수님 이전에는 더러운 배신자 사마리아인으로 불렀는데 예수님 이후에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비유를 통해서 형제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낯선 사람을 환영하고 소수를 배려하고 원수를 사랑하고 형제를 용서하는 삶이 기독교인의 삶입니다. 혐오와 증오를 넘어서 민족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서 기도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From hatred to hospitality and reconciliation

Jeremiah 31:1 – 6


The LORD said: Israel, I promise that someday all your tribes will again be my people, and I will be your God. In the desert I was kind to those who escaped death. I gave them peace, and when the time is right, I'll do the same for you. I, the LORD, have spoken. Some time ago, the LORD appeared to me and told me to say: Israel, I will always love you; that's why I've been so patient and kind. You are precious to me, and so I will rebuild your nation. Once again you will dance for joy and play your tambourines. You will plant vineyards on the hills of Samaria and enjoy the grapes. Someday those who guard the hill country of Ephraim will shout, "Let's go to Zion and worship the LORD our God." (Jeremiah 31:1-6)


The poor and the needy will be treated with fairness and with justice. His word will be law everywhere in the land, and criminals will be put to death. Honesty and fairness will be his royal robes. Leopards will lie down with young goats, and wolves will rest with lambs. Calves and lions will eat together and be cared for by little children. Cows and bears will share the same pasture; their young will rest side by side. Lions and oxen will both eat straw. Little children will play near snake holes. They will stick their hands into dens of poisonous snakes and never be hurt. Nothing harmful will take place on the LORD's holy mountain. Just as water fills the sea, the land will be filled with people who know and honor the LORD. (Isaiah 11:4-9)


Celebrating the 71st National Liberation Day of Korea, on August 15th we pray to God for the reconciliation and peace in the Korean Peninsula. It commemorates victory over Japan Day, in which the Korean Peninsula was liberated from Imperial Japanese colonial rule by the United States and the Soviet Union. We oppose so called colonialism, the establishment of a colony by a political power from another territory and the subsequent maintenance, expansion, and exploitation of that colony. As Jeremiah proclaimed that someday all the tribes will again be God’s people and they will plant vineyards on the hills of Samaria and enjoy the grapes, we also pray and sing that someday North Korea and South Korea will be united with peace and reconciliation. As the parable of a Good Samaritan shows, Jesus taught people to get rid of hatred and prejudice and welcome all the people who are alienated. We pray that we all overcome hatred and revenge and live the life of hospitality and reconciliation. Amen.

Posted by 정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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