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절 다섯번째 주일 / 10월 첫번째 주일

창조절, 거룩과 경이로움

시편 8:1 - 9

정해빈 목사





1. 창조절 다섯 번째 주일을 맞아 거룩과 경이로움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하려고 합니다. 우리 말에 경이롭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놀랄 경(), 다를 이(), 놀랍고 신기하고 평소와 다른 것을 보았을 때 경이(驚異)롭다는 말을 씁니다. 경이를 영어로 표현하면 wonder가 됩니다. 어떤 것이 놀랍고 신기하고 평소와 다를 때 wonder, wonderful이라고 말하고 어떤 것이 놀랍지 않을 때는 no wonder라고 말을 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순간순간 경이로움을 체험합니다. 어떤 사람은 꽃 한송이와 나무 한그루, 풍성하게 열린 열매를 보면서 창조의 경이로움을 체험하고 어떤 사람은 산과 바다와 호수, 밤하늘의 별과 높은 하늘을 보면서 창조의 경이로움을 체험합니다. 어떤 사람은 신선한 공기와 따뜻한 햇살을 보면서 창조의 경이로움을 체험하고 어떤 사람은 새로운 생명이 출산하는 순간 창조의 경이로움을 체험합니다. 캐나다에서는 한국과 같은 골목 시장이 없어서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농부들이 농산물을 파는 Farmer’s Market이 있습니다. 골목 시장에 가보면 가을을 맞아 풍성한 과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과//오렌지/호박, 모든 과일들이 아름답고 신기하고 예쁘게 보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세상을 무덤덤하게 만들지 않으시고 놀랍고 신기하고 아름답게 만드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이 세상을 보면서 창조의 경이로움을 체험합니다. 


어떤 신학자는 사람이 만든 제품은 시간이 지나면 질리지만 하나님께서 만드신 자연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다는 말을 했습니다. 사람이 만든 제품들, , 자동차, 핸드폰, 컴퓨터는 처음에는 예쁘고 신기하고 경이롭게 보입니다. 디자인이 이쁘구나, 이런 기능이 있구나, 참 편리하다 감탄을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 물건이 더 이상 신기하거나 경이롭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물건이 여전히 쓸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지겹기 때문에 사람들은 새로운 옷을 사 입고 새로운 물건을 구입합니다. 신기하게도 사람이 만든 제품은 금방 질리고 지겹게 느껴집니다. 쉽게 유행을 타기도 하고 쉽게 구식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만드신 자연은 질리지 않습니다. 사람들 중에 산이 너무 지겹다, 호수가 너무 지겹다, 나무가 너무 지겹다, 잔디밭이 너무 지겹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자연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아름답고 신기하고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자연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부드러워집니다. 그것은 아마도 하나님께서 자연을 만드시고 자연 속에 하나님의 숨결을 불어넣으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이 만든 제품은 쉽게 지겨워지지만 하나님께서 만드신 자연은 지겹지 않고 계속 경이롭게 보입니다. 


하지만 인류가 발전하고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생명의 신비, 자연의 신비를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창조의 경이로움 보다는 인간의 능력을 더 강조합니다. 자연을 보면서 감탄하고 놀라기 보다는 빨리 정복하고 개발하려는 생각을 먼저 합니다. 아름다운 산을 보면서 저 산이 참 신비롭고 예쁘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저 산을 빨리 개발하고 정복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옛날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만드신 자연을 보면서 신비롭고 두려운 마음을 가졌습니다. 저 산 속에 하나님의 기운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산에는 산에는 산신령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날 생각하면 유치하게 보이지만 자연을 경외하고 신비롭게 생각하는 옛날 사람들의 자세가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예전에 나이드신 사마리아 회원들하고 히말라야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히말라야 산에 올라갔다가 죽은 동료를 찾기 위해 산을 등정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데 이 영화를 보면 히말라야 산에 올라갔다가 조난당해서 얼어 죽은 사람들이 지금도 곳곳에 그대로 있는 것이 보입니다. 너무 높아서 시신을 가지고 내려 올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산이 있으면 무작정 산을 정복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너도 나도 올라가다가 사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저 높은 산을 두렵고 신기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좋을 텐데,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면 좋을 텐데, 사람들은 높은 산을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너무 많이 등산을 하니 산이 망가지고 사람이 죽고 쓰레기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2. 이런 점에서 볼 때 오늘날의 시대를 가리켜서 거룩을 잃어버린 세대, 경이로움을 잃어버린 세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거룩과 경이로움을 잃어버린 세대는 불행합니다. 놀랄 것도 없고 신비로운 것도 없고 감사할 것도 없고 모든 것이 다 지식과 과학으로 설명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은 딱딱하고 메마른 사람이 되기가 쉽습니다. 자연 과학을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은 사람이 알지 못하는 자연 과학 앞에서 경이로움을 체험하고 우주를 연구하는 사람은 사람이 알지 못하는 우주 앞에서 경이로움을 체험합니다. 거룩과 경이로움을 잃어버리면 사람은 딱딱하고 메마른 사람이 되기가 쉽습니다. 신앙이 언제 어느 순간부터 시작되느냐 질문한다면, 인생을 살면서 어느 날 갑자기 거룩과 경이로움을 체험하는 순간, 신앙생활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 신비롭고 경이로운 것을 만났을 때 사람은 영적인 체험을 하고 종교적인 인간이 됩니다. 영적인 존재 앞에서 감사하고 감탄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이 됩니다. 독일의 신학자 루돌프 오토(Rudolph Otto)1917년에 쓴 [성스러움의 의미, The Idea of the Holy]라는 책에서 사람은 거룩한 존재를 만날 때 두려움과 신비로움을 체험한다고 말했습니다. 나보다 더 크고 위대한 거룩의 체험을 할 때 사람은 겸손해집니다. 자연을 통해서 거룩을 만날 수도 있고 신앙 체험을 통해서 거룩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거룩을 체험했다는 측변에서 볼 때 내가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거룩한 존재가 너무 크고 위대하기에 나라는 존재가 너무 보잘 것 없다는 것을 깨닫기도 합니다. 이러한 거룩과 경이로움의 체험은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의미있게 하고 기쁘고 감사하게 만들어 줍니다.


최근에 토론토 동쪽 스카보로 West Hill United Church, 그레타 바스퍼(Gretta Vosper) 목사 이야기가 신문 방송에 여러 번 나왔습니다. 나는 인격적이고 초월적인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 대신 생명, 정의, 평화, 희망, 사랑을 믿는다 이런 비슷한 주장을 했습니다. 토론토 연회에서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목회자로는 부적절하니 목사직을 박탈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총회에다가 최종 결정을 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바스퍼 목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목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교회를 많이 찾아왔고 교회가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목사가 목회를 못하게 하느냐 이렇게 말을 하고, 토론토 연회 결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 목사 한 사람 때문에 교단이 오해를 받으니까 그렇게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을 합니다. 바스퍼 목사의 주장 중에 들어볼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얼굴에 수염이 난 할아버지 같은 하나님이 하늘에 앉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늘에 앉아서 사람들에게 벌을 주려고 천둥/번개를 보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바스퍼 목사의 주장 중에 옳은 부분이 분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목사님이 주기도문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렇게 시작하니까, 자신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믿지 않으니까 주기도문을 고백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주기도문을 없애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주기도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기도문 속에 예수님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 다 들어 있습니다. 이 분이 너무 경솔하구나, 목욕물을 버리다가 아기까지 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앙은 본래 상징적이고 영적입니다. 상징을 다 빼버리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사랑이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여러분 이 중에서 어느 말이 귀에 잘 들어오고 은혜가 되십니까? “사랑이 하나님이다이 말보다는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하나님은 사랑이 많으시다이 말이 더 귀에 잘 들어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나님을 친밀하고 따뜻하게 고백하기 위해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고백하는 것입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시편 8편 말씀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 우리 하나님, 주님의 이름이 온 땅에서 어찌 그리 위엄이 넘치는지요?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님께서 이렇게까지 생각하여 주시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님께서 이렇게까지 돌보아 주십니까?” 과학의 눈으로 보면 사람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오 하나님,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귀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십니까?” 고백을 하는 것입니다. 신앙은 감사하는 것이고 놀라는 것이고 경이로움을 고백하는 것이고 거룩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거룩함, 경이로움, 감사함이 신앙의 본질입니다. 창조주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항상 감사하고 항상 감탄하고 항상 주님의 거룩함을 찬양하는 우리들 모두가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Creation, holy and wonder

Psalms 8:1 – 9


O Lord, our Sovereign, how majestic is your name in all the earth! You have set your glory above the heavens. Out of the mouths of babes and infants you have founded a bulwark because of your foes, to silence the enemy and the avenger. When I look at your heavens, the work of your fingers, the moon and the stars that you have established; what are human beings that you are mindful of them, mortals that you care for them? (Psalms 8:1 - 4)


Yet you have made them a little lower than God, and crowned them with glory and honour. You have given them dominion over the works of your hands; you have put all things under their feet, all sheep and oxen, and also the beasts of the field, the birds of the air, and the fish of the sea, whatever passes along the paths of the seas. O Lord, our Sovereign, how majestic is your name in all the earth! (Psalms 8:5 9)


In 1917, the German theologian Rudolph Otto said in his book, [The Idea of the Holly], that there is an overwhelming, almost frightening aspect to encountering the Holy. To meet it is to meet a reality so much greater than ourselves that we feel small in comparison, not because we are in fact small but because the Holy is great on a scale we have never known before. We feel that we are important enough to be invited to encounter the Holy but in its presence we are overwhelmed and made aware of our own smallness. This insight shows us the fact that the journey of faith begins with realizing the reality of awe and wonder. Religion is reverence! As christians, we do not think that the world is made of just basic materials and by scientific rules. Rather we believe God created the world with beauty, mystery, and wonder. So we confess as the Psalmist say, “what are human beings that you are mindful of them, mortals that you care for them?” Amen. 

Posted by 정해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