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창립50주년, 이 땅에 뿌리를 내리며

정해빈 2017. 2. 5. 22:40

주현절 후 다섯번째 주일 / 2월 첫번째 주일

창립50주년, 이 땅에 뿌리를 내리며

창세기 50:22 - 26

정해빈 목사



지난 일주일 동안 이상철 목사님 장례식이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 역사상 가장 큰 장례식이 있었는데 장례식장과 주차장과 예배당과 주방에서 봉사해 주신 성도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화요일 조문, 수요일 장례예배, 목요일 하관예배, 3일 동안 약 천명에 해당하는 분들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또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조가를 불러주신 성가대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입관예배/발인예배를 하나로 합쳐서 예배를 드리다보니 예배시간이 조금 길어졌습니다. 다음 주일에 사모님과 가족들이 오셔서 함께 예배를 드린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오늘과 다음 주일 이상철 목사님을 추모하는 말씀을 전하려고 합니다. 1989년에 나온 이상철 목사 은퇴 기념 설교집, [하나님이 인류의 희망] 머리말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나는 수많은 교우들의 장례식을 집례하고 그들의 유해를 묘지에 묻는 마음 아픈 경험을 했습니다. 그들의 유해가 누워있는 묘지에 우리 두 사람이 묻히게 될 것을 생각하면 그저 감사하고 너무도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나는 장례식 설교에서 이민자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낯설은 땅에다가 묻는 아픈 경험을 통해 뿌리를 내린다는 말을 종종 한 일이 있습니다. 나같이 평생을 방랑객으로 살아 온 사람이 죽어서 묻힐 만한 땅을 찾게 된 것은 감사한 일이고 하물며 한국 이민자들이 이 땅에 내리는 뿌리의 한 가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분수에 넘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글을 읽으면서 이 목사님께서 참으로 생각이 깊으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민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낯선 땅에 묻는 아픈 경험을 통해서 이 땅에 뿌리를 내립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죽기 전까지 이 땅은 낯선 땅, 외국 땅, 이민자로 사는 땅이 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부모, 아내와 남편, 자녀가 죽어서 이 땅에 묻히게 되면 이 땅은 비로소 내가 살아야 하고 내 후손들이 살아야 하는 땅이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땅에 묻는 그 아픈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이 땅에 뿌리를 내리게 되고 이 땅의 주인으로서 비로소 정착하게 됩니다.


이 목사님은 언젠가 한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백인들이 우리를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를 소외시키고 있습니다. 당당하게 나가면 주류사회가 분명히 받아들일 것입니다. 어차피 외국에 와서 사는 이상 주류사회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백인들은 심술궂은 데가 있어요. 적극적으로 도전을 하면 받아들이고 소수민족 저희들끼리 놀면 불러들이지 않고 가만 놔둡니다. 그러므로 실수를 하더라도 자꾸 도전하면 함부로 못하지요. 젊은이들은 용기를 가지고 눈을 넓게 보고 당당하게 나가야 됩니다. 일을 하다보면 일부 차별을 당하는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책임을 갖고 열심히 해 주인이 되고 지도자가 되면 오히려 잘 따라줍니다.” 우리가 소수 민족이라고 해서 위축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이 사회에 진출해서 이 사회에 뿌리를 내리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말하지 않으면 주류 사회는 우리들의 목소리를 알지 못하고 우리가 진출하지 않으면 그들은 우리의 존재를 알지 못합니다. 이곳이 우리가 뿌리 내리고 살아야 하는 땅이기에 주인 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도전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목사님은 시베리아를 거쳐서 중국을 거쳐서 한국을 거쳐서 벤쿠버를 거쳐서 토론토에 정착하셨고 저희들의 선구자가 되셔서 이 땅을 이민자/나그네들이 존중받는 땅으로 변화시키셨습니다.


우리 교회도 이 목사님을 따라서 지난 50년 동안 이 땅에 깊이 뿌리 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1967년 토론토 최초의 한인 교회로 세워진 이후 그냥 이방인으로 살지 않고 이 땅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한인 사회를 위해서 일했을 뿐만 아니라 캐나다 사회를 위해서도 일했습니다. 교회가 세워질 때부터 한인교단에 가입하지 않고 캐나다연합교회에 가입해서 이곳 사람들과 함께 교류하며 지냈습니다. 해외에 있는 한인교회들이 감당해야 할 2가지 사명이 있습니다. 첫째로 우리들은 한인교회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한인교회의 문화와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야 합니다. 우리가 한인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김치 먹고 한국말 쓰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의 뿌리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것입니다. 며칠 전 중국 Community가 주최하는 설날 파티에 가 본 적이 있었는데 수 백명이 모여서 전통 옷을 입고 전통 놀이를 즐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정당 정치인들을 초청할 뿐만 아니라 자기들의 명절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즐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들도 우리들의 문화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랑스러워할 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 우리의 문화를 물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로 우리들은 우리의 것을 계승하면서도 동시에 우리끼리만 모여서 살면 안 되고 이곳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현지 사회에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외부와 단절된 채 우리끼리만 모여서 살면 우리들은 스스로 게토가 되어서 이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주변인/변방인 으로 남게 됩니다. 당당하게 주류 사회로 진출해서 이 땅을 더 조화롭고 평화롭게, 서로 존중하고 서로 배우는 사회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캐나다연합교회는 Intercultural Church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Intercultural 이란 말을 우리 말로 번역한다면 상호 문화, 교류 문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Multicultural 이란 말을 많이 썼는데 이 말은 서로 다른 문화들이 교류 없이 그냥 공존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요즘은 Multicultural 이란 말 대신에 서로 다른 문화들이 그냥 공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교류하고 서로 배워야 한다는 뜻에서 Intercultural 이란 말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과거 캐나다 교회는 대부분이 백인 교회였는데 백인 교인이 줄어들면서 백인 교회로 계속 남아 있으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하나님께서 모든 인류를 만드시고 모든 인류를 똑같이 사랑하시는데 백인들만 모여서 예배드리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백인 문화가 캐나다 교회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들이 함께 공존하고 함께 배우는 교회, 그런 교회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이 사회에 더 깊이 뿌리를 내려서 캐나다연합교회가 Intercultural Church가 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창세기에 기록된 요셉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우리들은 요셉괴 비슷한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요셉은 가나안 땅에서 살다가 형들에 의해 이집트 노예로 팔려갔지만 성실한 자세로 일한 끝에 이집트의 총리가 되었습니다. 요셉은 마지막 죽기 전에 가족들에게 나중에 후손들이 이집트를 떠나 조상의 땅으로 들어갈 때에 나의 뼈를 꼭 가지고 가야 한다고 유언을 했습니다. 요셉은 이집트 땅에 묻히기를 원하지 않았고 조상들의 땅에 묻히기를 원했습니다. 요셉은 이집트의 총리가 되었지만 이집트가 히브리 백성들이 살만한 땅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요셉을 모르는 바로 왕이 히브리 백성들을 억압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집트는 나그네들을 환영하는 나라가 아니라 억압하는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요셉은 이집트 땅에 묻히기를 원하지 않았고 조상들의 땅에 묻히기를 원했습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정부 보조를 받는 영주권자들 다 떠나라고 명령을 했는데 연방대법원이 여기에 제동을 걸었다고 합니다. 자꾸 그런 식으로 이민자들을 불안하게 하면, 이민자들이 뿌리를 내릴 수가 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들은 우리가 죽었을 때 굳이 조상들의 땅에 우리 몸을 매장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주신 약속의 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이 땅에 매장되어야 우리들의 후손들이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이 땅의 주인으로 살 수가 있습니다. 이 땅에 깊이 뿌리를 내려서, 이 땅을 모든 인류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나라, 서로 존중하고 서로 배우는 나라,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가 실현되는 나라로 만드는 우리들 모두가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50th anniversary, rooting in this land

Genesis 50:22 - 26


Joseph lived in Egypt with his brothers until he died at the age of one hundred ten. Joseph lived long enough to see Ephraim's children and grandchildren. He also lived to see the children of Manasseh's son Machir, and he welcomed them into his family. Before Joseph died, he told his brothers, "I won't live much longer. But God will take care of you and lead you out of Egypt to the land he promised Abraham, Isaac, and Jacob. Now promise me that you will take my body with you when God leads you to that land." So Joseph died in Egypt at the age of one hundred ten; his body was embalmed and put in a coffin. (Genesis 50:22-26)


According to Genesis, although Joseph became the governor of all Egypt, he did not want to be buried in Egypt. For him, that country was not the land where his people, which was called wanderers or Hebrews, can take root deeply with aboriginal people. He knew that the Egyptians would not welcome his descendants later. So before died, Joseph told his brothers to take his body with them when God leads them to the land of promise. However, In contrast to Joseph, we think that we should take root in the land where we live now. The Very Rev. Dr. Sang Chul Lee once said, “Immigrants take root through their painful experiences of burying their loved ones to strange lands." We are called to make this country our land where all people live with love and respect. We are called not to live as immigrants but messengers of the land. We can live together with other people and change the world by taking root deeply in this land. A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