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세번째 주일 / 2월 네번째 주일

그의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렸다

마가복음(Mark) 1:40-45, 7:31-37

정해빈 목사

  



1. 지난 주일에 예수님의 달란트 비유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오늘은 예수님의 기적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이 비유로 말씀하시는 이야기와 기적을 행하시는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옵니다.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활동을 두 가지 단어로 요약하면 가르침과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성경을 읽다 보면 왜 이렇게 기적 이야기가 많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수님이 병을 고치시고 귀신을 쫓아내시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성경에는 왜 이렇게 기적 이야기가 많이 나올까요? 그만큼 예수님 시대에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가르치시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에 사람들의 병을 고치셨습니다. 예수님이 편히 쉴 시간이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계속 예수님에게 몰려들었습니다. 그만큼 예수님 시대에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몸과 마음이 아프고 병들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힘과 면역력이 점점 떨어지게 됩니다.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이치입니다. 그런가 하면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서 아플 수도 있고 개인적인 생활 습관이 잘못되어서 아플 수도 있습니다. 옛날에는 의학 기술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염병 같은 병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당뇨병, 콜레스테롤, 비만, 다이어트 같은 병들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주로 그런 병에 걸립니다. 이렇게 개인적인 생활 습관이 잘못되었거나 먹는 것이 잘못되어서 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병에 걸리는 이유가 개인적인 생활 습관 탓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적인 환경이 잘못되어서 병에 걸리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사람의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는 몇 가지 사회적인 환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로 사회가 위험하고 불안하면 사람들은 몸과 마음에 병을 앓게 됩니다. 예수님 시대에는 로마 제국과 로마 제국이 임명한 헤롯 이라는 독재자가 유대 땅을 통치하고 있었습니다. 백성들이 식민지 백성이 되어 고통을 받습니다. 가족들 중에는 독립 운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악한 권력이 무력으로 백성들을 억압하고 과도한 세금을 부과합니다. 마가복음 5장을 보면 예수님이 귀신들린 사람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귀신들린 사람이 “내 이름이 군대입니다” 대답을 합니다. 아마도 이 사람은 로마 군대로부터 억압을 받아서 정신을 잃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사회가 위험하고 불안하고 불의하면 사람들이 고통을 받습니다. 옛날에는 정신이 조금만 이상하면 귀신에 걸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날로 하면 일종의 정신병인데 옛날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가리켜서 다 귀신에 걸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가 비정상적으로 굴러가고 스트레스가 많으면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처럼 살기 좋은 곳이 없습니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고 집 밖에 나가면 맛있는 식당도 많습니다. 전화로 주문하면 모든 것을 다 배달해 줍니다. 그런데 매일 40명, 일 년에 15,000명이 자살을 합니다. OECD 선진국 중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이 자살을 합니다. 이 세상에는 한국보다 못사는 나라들도 많은데 왜 그렇게 시골의 외로운 노인들과 청소년들이 자살을 많이 할까요? 아마도 무언가 굉장한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회가 위험하고 불안하고 불의하면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로 잘못된 종교가 사람들을 지배하고 억압하면 사람들은 몸과 마음에 병을 앓게 됩니다. 예수님 당시의 유대교가 그랬습니다. 사람이 지켜야 할 계명이 너무 많아서 일반 백성들이 그것을 다 지킬 수가 없었습니다. 계명을 지키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죄인이 됩니다. 특히 종교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보기에 가장 만만한 사람들, 도저히 계명을 지킬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정죄하고 괴롭혔습니다. 어느 사회든지 가장 약하고 만만한 사람들이 희생양이 되기가 쉽습니다. 사람이 병이 든 것은 죄가 많아서 하나님께 벌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아픈 사람들 입장에서는 병들어 아픈 것도 서러운데 죄인이라고 손가락질까지 하니까 더 몸과 마음이 아팠을 것입니다. 올바른 종교는 따뜻한 햇살과도 같은 하나님의 사랑을 가르치고 보여줍니다. 반대로 잘못된 종교는 하나님의 사랑을 가로막아서 아픈 사람을 더 아프게 합니다. 사람은 충분히 사랑을 주고받아야 건강해집니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생명은 사랑을 받아야 건강해 집니다. 그런데 만약 어떤 종교가 당신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고 당신이 아픈 것은 벌을 받아서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그 순간 몸과 마음이 더 아플 것입니다. 잘못된 종교가 잘못된 신앙을 가르치고 하나님의 사랑을 가로막으면 사람의 몸과 마음은 더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2.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이 병을 고치실 때 일정한 과정과 절차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로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아옵니다. 예수님이 병을 고치신다는 소문이 갈릴리에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어떤 사람은 예수님의 길을 가로막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예수님의 옷을 붙잡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지붕을 뚫고 예수님께 다가가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사람들을 보시고 “그대가 정말 낫기를 원합니까? 그대의 믿음이 그대를 구원하였습니다”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믿음이란 하나님께서 선하신 분이고, 나를 사랑하시고, 내 병을 고쳐주실 것이라는 것을 믿는 믿음을 가리킵니다. 주님은 병에서 낫고자 하는 사람의 믿음을 먼저 보시고 그들의 병을 고쳐 주셨습니다. 병에서 낫고자 하는 의지,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이 중요합니다. 낫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의사도 그 사람의 병을 고칠 수 없습니다. 물론 믿음이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의 병이 다 낫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낫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의사도 그 사람의 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간절하게 주님을 찾는 사람들을 먼저 만나주셨습니다. 그리고는 그대가 정말 병에서 낫고자 하는 지를 물으셨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거기에 주저앉지 말고 열심히 살려고 하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주님께서 나를 사랑하시는 줄 믿습니다. 주님께서 선한 분이신줄 믿습니다. 주님께서 나를 고쳐주실 줄 믿습니다. 주님, 내가 열심히 살겠습니다. 나를 고쳐주십시오” 주님은 이렇게 간절하게 호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시고 그들의 병을 고쳐 주셨습니다.

 

치료의 두 번째 단계는 몸과 몸의 만남입니다. 오늘 말씀 마가복음 7장을 보면 예수께서는 귀 먹고 말 더듬는 사람을 따로 데려가서 손가락을 그의 귀에 넣고 침을 뱉어서 그의 혀에 손을 대셨습니다. 사람들로부터 따로 떨어진 장소, 그 사람을 자세하게 살피고 깊이 대화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로 그를 데리고 가셨습니다. 그리고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그 사람의 몸을 만져 주셨습니다. 예수님 당시에 사람들은 환자를 만지면 부정 탄다고 생각해서 아픈 사람을 절대로 만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아픈 사람의 몸을 직접 만지셨습니다. 예수님은 말 한마디로 병자를 고치시지 않았습니다. “네 병이 나을 지어다” 이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사람을 따로 데리고 가셔서 그 사람의 애환을 들으셨고 그 사람의 몸을 자세하게 만져주셨습니다. 한 사람의 병을 고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그 환자의 몸을 깊이 만져주셨습니다. 사랑이 있어야만 아픈 사람을 만질 수 있습니다. 사랑의 표현은 만지는 것입니다. 사랑이 없이는 아픈 사람의 몸을 만질 수 없습니다. 만지면 부정 탄다고 해서 아무도 만지지 않는 그 사람을 예수님은 온 몸으로 만져주셨습니다. 최성혜 목사님 아버님 되시는 최용진 목사님께서 캐나다에 오셔서 우리 교회에 나오시면 성도님들을 만져 주십니다. 앞은 안보이시지만 대신 치료의 은사를 받으셔서 사람을 만지면 어디가 아픈지 정확하게 짚어내십니다. 온 힘을 다해서 몸을 만지시고 마사지를 해 주십니다. 사랑이 아니면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도 아픈 사람을 따로 데리고 가셔서 온 힘을 다해 그 사람을 만져주셨습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예수께서는 마지막 세번째 단계로 귀 먹고 말 더듬는 사람을 보시고 하늘을 우러러 깊이 탄식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에바다, 열려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그의 귀가 열리고 혀가 풀리게 되었습니다. 치료의 마지막 단계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단계입니다. 귀 먹고 말 더듬는 사람을 보시고 깊이 탄식하셨습니다. 그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서 그의 아픔과 하나가 되셨습니다. 아픈 사람을 껴안으시고 깊이 탄식하실 때 하늘 문이 열리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병에서 낫고자 하는 믿음, 열심히 살고자 하는 믿음, 주님을 간절히 만나고자 하는 믿음이 기적을 일으킵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만져주실 때 기적이 일어납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마음 속으로 들어오셔서 함께 아파하실 때 기적이 일어납니다. 주님께서는 주님을 간절하게 찾는 사람들을 만나주셨고 그들의 몸을 만지셨으며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셔서 같이 탄식하셨습니다. 아픈 사람을 끌어안으시고 깊이 탄식하시는 바로 그때 하늘 문이 열리고 치유의 역사가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함께 아파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늘 문이 열립니다. 주님께서 우리들과 늘 함께 하시는 줄로 믿습니다. 치유의 기적이 오늘날에도 일어나는 줄로 믿습니다. 매순간마다 주님의 터치를 만나고 주님의 임재를 만나는 복된 성도님들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멘.


His ears were opened, his tongue was released

Mark 1:40-45, 7:31-37


A leper came to him begging him, and kneeling he said to him, ‘If you choose, you can make me clean.’ Moved with pity, Jesus stretched out his hand and touched him, and said to him, ‘I do choose. Be made clean!’ Immediately the leprosy left him, and he was made clean. After sternly warning him he sent him away at once, saying to him, ‘See that you say nothing to anyone; but go, show yourself to the priest, and offer for your cleansing what Moses commanded, as a testimony to them.’ But he went out and began to proclaim it freely, and to spread the word, so that Jesus could no longer go into a town openly, but stayed out in the country; and people came to him from every quarter. (Mark 1:40-45)


Then he returned from the region of Tyre, and went by way of Sidon towards the Sea of Galilee, in the region of the Decapolis. They brought to him a deaf man who had an impediment in his speech; and they begged him to lay his hand on him. He took him aside in private, away from the crowd, and put his fingers into his ears, and he spat and touched his tongue. Then looking up to heaven, he sighed and said to him, ‘Ephphatha’, that is, ‘Be opened.’ And immediately his ears were opened, his tongue was released, and he spoke plainly. Then Jesus ordered them to tell no one; but the more he ordered them, the more zealously they proclaimed it. They were astounded beyond measure, saying, ‘He has done everything well; he even makes the deaf to hear and the mute to speak.’ (Mark 7:31-37)


According to the four gospels, Jesus cured and healed the sick during his public ministry. Matthew said in 4:23, "Jesus went throughout Galilee, teaching in their synagogues and proclaiming the good news of the kingdom and curing every disease and every sickness among the people. So his fame spread throughout all Syria, and they brought to him all the sick, those who were afflicted with various diseases and pains, demoniacs, epileptics, and paralytics, and he cured them. And great crowds followed him from Galilee, the Decapolis, Jerusalem, Judea, and from beyond the Jordan." In short, Jesus either taught the Kingdom of God or healed many people during his ministry. When the sick came to Jesus for healing, Jesus always asked them first, "Do you want to be made well?" In other words, Jesus wanted to confirm their belief by asking, "Do you believe that God loves you? Do you believe that God is good? Do you believe that God is not the one who punished you with disease?" The scriptures assert that the healing starts with this confirmation. They show that the miracle of healing always begins with their eagerness and passion for new life.


When a deaf man who had an impediment in his speech came to Jesus, Jesus took him aside in private place, away from the crowd, where he can open his mind safely to Jesus. Then Jesus put his fingers into his ears and spat and touched his tongue. This explanation shows that Jesus did not say merely a few words to heal him, but Jesus did everything with his body. In an ancient time, people never touched the sick because they believed that once they touch a sufferer, they become impure. But Jesus touched his body affirming his presence before God. Then looking up to heaven, Jesus sighed and said to him, ‘Ephphatha’, that is, ‘Be opened.’ The scripture says that immediately his ears were opened and his tongue was released. Jesus healed those who came to him by touching and sighing their suffering. It was Jesus’ sympathy and compassion that made healing possible. We pray for those who are suffering from the world of injustice and despair. May God touch their body and mind, and the heaven of healing be open for them. Amen.

Posted by 정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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