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다섯번째 주일
까마귀와 백합꽃을 보십시오
누가복음 12:22 - 32
정해빈 목사

 

 1. 지난 주에 일주일 기도 휴가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난 연말부터 지금까지 조용히 기도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는데 이번에 그런 시간을 가졌습니다. 리치몬드 힐에 있는 라르쉬 데이브레이크 (L'Arche Daybreak) 공동체에 갔더니 조그만 방 하나를 내 주었습니다. 약간의 경비를 내고 음식은 주방에서 해먹으면서 며칠 동안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금요일에 예배가 있다고 해서 예배당에 가 보았습니다. 그곳에 사는 장애인들과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 30-40명이 모여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당에 조용히 앉아 있는데 어떤 젊은 친구가 제 머리에 손을 얹고 Hello 하고 인사를 합니다. 예배 중 성찬식을 하는데 장애인들이 배찬 위원을 했습니다. 세상적인 기준으로 보면 몸이 아프고 장애가 있는 친구들이지만 예배를 드리는 그들의 모습이 평화롭게 보였습니다. 그곳에 있는 분들의 마음이 평화로운 것은 그곳을 품으시고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라르쉬 공동체는 본래 프랑스인 쟝바니에 신부가 2차 대전 후에 장애인과 함께 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라르쉬는 방주(ark)를 뜻하는데 정상인과 장애인이 함께 생활하는 가정을 가리킵니다. 헨리 나우엔도 그곳에서 아담이라는 중증 장애인과 같이 생활하면서 [아담]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처음에 헨리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담을 자신이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아담과 같이 생활하면서 자신이 아담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아담이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헨리는 이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담은 마음 속으로 나에게 이야기했다. ‘나와 함께 있으십시오. 이곳이 당신과 함께 할 장소라고 믿으십시오.’ 점점 아담이 내 선생이 되어가고 있었고 내가 삶의 광야를 헤매며 혼란 가운데 있을 때 아담은 나와 함께 걷고 있었으며 나를 이끌어 주었다. 아담은 사랑을 표현할 수도 없었고 마음도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말씀처럼 나는 그에게서 신성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나는 하나님의 말씀이 깊은 침묵 가운데서 아담의 마음 속에 거하셨다고 믿는다. 우리가 함께 기도하는 동안 아담은 나를 마음 속 깊은 장소로 인도해 주었다. 그것은 자신에게 손을 댄 모든 사람을 치료해 주신 예수님에게서 나타나는 신비로운 사랑과 같았다. 아담과 함께 나는 거룩한 존재의 현존을 알았고 하나님의 얼굴을 보았다. 아담은 내게 행위보다 존재가 더 중요함을, 사람들의 칭찬보다 하나님의 사랑이 더 중요함을, 혼자서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더 중요함을 알게 해 주었다.” 하나님께서는 약한 자들을 붙드시고 그들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시고 그들을 통해 우리들을 깨우쳐 주십니다. 상한 갈대를 꺽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시고 그들을 붙들어 주십니다.

러시아의 작가인 톨스토이는 40대 이후에 기독교 신앙을 아들이고 회심을 합니다. 그래서 그는 [부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같은 기독교 메시지가 들어있는 책을 많이 썼습니다. 톨스토이는 러시아 농부들이 비록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지만 수백 년 동안 내려오는 기독교 신앙에 근거해서 정직하고 순수하게 살고 있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습니다. 톨스토이는 그들의 삶을 흠모한 나머지 말년에 시골로 내려가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살았습니다. 그가 러시아 농부들 사이에 전해지는 민담을 엮어서 만든 책이 [바보 이반]이라는 책입니다. 어느 나라에 군인, 장사꾼, 바보 이반 이렇게 3 형제가 살았습니다. 마귀들이 형제들을 가난하게 만들면 서로 싸울 것이라고 생각해서 첫째 아들은 전쟁터에서 지게 만들고 둘째 아들은 장사하다가 빈털터리로 만들고 막내는 배를 아프게 만들었는데 막내는 아픈 배를 움켜쥐고 열심히 농사를 짓습니다. 바보 이반은 시골로 쫓겨온 첫째와 둘째 형을 받아주고 형들을 위해 집을 지어 줍니다. 이반에게 붙잡힌 마귀가 볏 집단으로 군대를 만드는 기술과 나뭇잎으로 금화를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 줍니다. 하지만 이반은 볏 집단으로 군대를 만들어서 노래를 부르게 하고, 나뭇잎으로 금화를 만들어서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3형제는 나중에 서로 다른 나라의 왕이 되었습니다. 큰 형은 군인들을 시켜서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을 혼내주고 둘째 형은 백성들에게 각종 세금을 부과합니다. 그러자 백성들이 이반의 나라로 도망쳐 옵니다. 이반이 다스리는 나라에서는 누구나 살 수 있습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 누구나 일을 해야 합니다. 손에 굳은살이 박힌 사람은 식탁에 앉아 식사할 수 있지만 굳은살이 없는 사람은 남이 먹다 남은 것을 먹어야 합니다. [바보 이반] 이야기는 겉으로 보기에는 우직하고 바보 같지만 그 바보 이반이 다스리는 나라가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나라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2.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을 보면 예수께서 갈릴리 사람들에게 하신 말씀이 나옵니다. “까마귀를 생각해 보아라.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곳간이나 창고가 없어도 하나님께서 그들을 먹여 주신다. 너희는 새보다 훨씬 더 귀하지 않으냐? 백합꽃이 어떻게 자라는지를 생각해 보아라. 수고도 하지 아니하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의 온갖 영화로 차려 입은 솔로몬도 이 꽃 하나 만큼 차려 입지 못하였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을 소재로 하나님 나라를 설명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겨자씨가 자라서 새들이 그곳에 머무는 것과 같고 여인이 밀가루에 누룩을 집어넣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 언급하신 까마귀, 백합꽃, 겨자씨, 누룩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가 사소하고 더러운 것들입니다. 까마귀의 반대는 독수리입니다. 독수리는 강하고 용맹해서 로마를 상징합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하나님 나라를 까마귀에 비교하셨습니다. 마태는 까마귀가 너무 촌스럽다고 생각해서 까마귀를 삭제하고 그냥 새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까마귀는 색깔이 까맣기 때문에 불결하고 더러운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까마귀는 갈릴리 백성들을 가리킵니다. 경건한 유대인들은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정결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은 집 안에서 매일 목욕을 하고 깨끗하고 좋은 것만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갈릴리에는 목욕탕도 마을에 1개 있었을 것이고 우물가도 마을에 1개 있었을 것입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깨끗하고 좋은 것만 먹을 수가 없고 아무거나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난하면 정결법을 지킬 수가 없고 정결법을 지킬 수가 없으면 죄인이 됩니다. 가난하면 죄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 보잘 것 없는 까마귀를 하나님께서 먹이시고 입히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백합꽃은 길가에서 자라는 민들레/잡초/엉겅퀴를 가리킵니다. 예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솔로몬보다 귀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겨자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겨자씨는 다 크면 1미터 정도 자라 덤불을 이루는데 쓸데없이 아무데서나 자란다고 해서 잡초 취급을 받았습니다. 겨자씨의 반대는 키가 크게 자라는 백향목입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혼자만 키가 크게 자라는 백향목이 아니라 비록 작게 자라지만 새들을 품어주고 새들이 와서 알을 낳는 겨자나무가 하나님 나라와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누룩도 마찬가지입니다. 누룩은 음식을 부풀게 하는데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발효 혹은 부패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몸에 이로운 유산균이 활동하면 김치/된장 같은 발효 식품이 되고 몸에 해로운 유산균이 활동하면 음식이 썩고 곰팡이가 핍니다. 그래서 경건한 유대인들은 음식을 부풀어 오르게 하는 누룩을 멀리했습니다. 누룩도 부정하고 그 누룩을 만지는 여인도 부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히브리 백성들이 애굽을 탈출할 때 빨리 탈출하기 위해서 누룩을 넣지 않는 빵/무교병을 먹었습니다. 그것이 전통이 되어서 경건한 유대인들은 누룩을 넣지 않는 빵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하나님 나라는 여인이 빵에 누룩을 넣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빵에 누룩을 넣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먹을 수가 없습니다. 빵에 누룩을 넣어야 빵이 부풀어 오르게 되고 그래야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이 먹을 수가 있습니다.

“비록 여러분이 까마귀처럼 지저분하고 겨자씨처럼 작을 지라도, 누룩없는 비싼 빵이 아니라 누룩 있는 값싼 빵과 같을 지라도 스스로 자책하지 마십시오.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먹이시고 입히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통해 새 역사를 이루실 것입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혼자서만 높게 자라는 백향목이 아니라 겨자씨가 자라 작은 나무가 되어 새들을 품어주는 겨자나무와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작은 나무가 작은 새를 품어주고 작은 새가 작은 나무를 품어줄 때 하나님 나라는 거기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보통 작은 자들이 모여서 큰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교회에서 말합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창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꼭 큰 일을 안해도 좋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작은 자들이 모여서 작은 일을 할 때 시작됩니다. 그렇게 작게 천천히 하나님 나라는 자라게 될 것입니다. 성도님들 중에는 이곳에 살다가 이곳을 떠나는 분들도 계시고 이곳에서 살고 공부하기 위해 이곳에 오는 분들도 계십니다. 어느 곳에 있든지 우리는 홀로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십니다. 까마귀를 먹이시고 백합화를 귀하게 여기시는 하나님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하나님 나라는 그렇게 작게 시작하는 나라입니다. 신실하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고난 중에도 용기를 갖는 여러분 되시기를 빕니다. 아멘.

Look at crows and wild flowers
Luke 12:22 - 32

Jesus said to his disciples: I tell you not to worry about your life! Don't worry about having something to eat or wear. Life is more than food or clothing. Look at the crows! They don't plant or harvest, and they don't have storehouses or barns. But God takes care of them. You are much more important than any birds. Can worry make you live longer? If you don't have power over small things, why worry about everything else? Look how the wild flowers grow! They don't work hard to make their clothes. But I tell you that Solomon with all his wealth wasn't as well clothed as one of these flowers. God gives such beauty to everything that grows in the fields, even though it is here today and thrown into a fire tomorrow. Won't he do even more for you? You have such little faith! Don't keep worrying about having something to eat or drink. Only people who don't know God are always worrying about such things. Your Father knows what you need. But put God's work first, and these things will be yours as well. My little group of disciples, don't be afraid! Your Father wants to give you the kingdom. (Luke 12:22-32)

Henri Nouwen met Adam Arnett, a young resident of the community who was gripped by frequent seizures and could neither speak nor move without assistance. Nouwen assisted Adam with morning bathing, dressing, eating and preparing for the day. But his relationship with Adam opened Nouwen to a new awareness of self, a transformation of his faith, and what it means to be Beloved of God. He said in his book, [Adam: God's Beloved, 1997], "here is the man who more than anyone connected me with my inner self, my community, and my God. Here is the man I was asked to care for, but who took me into his life and into his heart in such an incredibly deep way. Adam was my teacher, my friend, my guide... he was the one who more than any book or professor led me to the person of Jesus."

Jesus said, "look how God cares for crows and wild flowers." These terms symbolize those poor and weak in Galilee. They were like crows not eagles, since they were called dirty sinners. They were so poor that they could not cleanse themselves required by the Holy Code. They were like weeds not roses, since they were called vulnerable and worthless. But Jesus said, "Look at the crows! They don't plant or harvest, and they don't have storehouses or barns. But God takes care of them. You are much more important than any birds. Look how the wild flowers grow! They don't work hard to make their clothes. But I tell you that Solomon with all his wealth wasn't as well clothed as one of these flowers."

Jesus also said, "What is God's kingdom like? What can I compare it with? It is like what happens when someone plants a mustard seed in a garden. The seed grows as big as a tree, and birds nest in its branches. It is also like what happens when a woman mixes yeast into three batches of flour. Finally, all the dough rises." God's world is like mustard seeds grow into small bushes and have birds rest there. The Kingdom of God, Jesus said, is like small birds and small trees hold each other. It is not  necessarily big start or big success. God's world starts small and grows slowly. Jesus said to his people in Galilee, "Do not be afraid, do not compete each other, do not disparage yourselves. Instead believe that God loves you. God works with you, although you are like crows and wild flowers. Jesus said, "Love and cherish each other. Then the Kingdom of God dwells and grows among you." Amen.

Posted by 정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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