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8:20-22, 9:12-17
사람이 악해도 저주하지 않겠다
정해빈 목사

 

1. 화창하고 아름다운 9월의 네번째 주일입니다. 창조절 절기를 맞이해서 창조의 은혜와 신비를 묵상하고 있습니다. 성경에는 창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노래한 말씀들이 많이 있습니다. 영어 성경책 중에는 자연(하늘, 땅, 식물, 동물)이 나오는 부분을 녹색으로 표시한 Green Bible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Green Bible을 보면 자연을 언급한 부분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창세기 8장과 9장도 자연이 언급된 대표적인 말씀 중 하나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창세기 말씀을 보면 노아 홍수가 끝난 후에 하나님께서 땅을 축복하시고 아담과 무지개 계약을 맺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홍수가 끝난 후에 노아가 제단을 쌓고 제사를 드렸을 때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땅이 있는 한 뿌리는 때와 거두는 때, 추위와 더위, 여름과 겨울, 낮과 밤이 그치지 아니할 것이다. 다시는 홍수를 일으켜 살과 피가 있는 모든 것을 멸하지 않겠다, 그 징표가 무지개이니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나의 약속을 기억하여라”

창세기 8장 21절 말씀을 같이 보시겠습니다. “주님께서 그 향기를 맡으시고 마음속으로 다짐하셨다. 다시는 사람이 악하다고 하여서 땅을 저주하지 않겠다. 사람은 어릴 때부터 그 마음의 생각이 악하기 마련이다. 다시는 이번에 한 것 같이 모든 생물을 없애지는 않겠다.” 이 말씀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성경을 읽다보면 어떤 부분에서 큰 감동을 받거나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라서 그 부분을 오랫동안 묵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8장 21절 말씀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첫째로 다시는 사람이 악하다고 해서 땅을 저주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방금 전까지 사람이 악을 행했기 때문에 땅이 홍수 저주를 받았습니다. 사람이 악을 행했으면 사람만 저주를 받아야지 왜 땅이 저주를 받아야 하나 땅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심판하려고 하니 사람이 살고 있는 땅을 심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이 땅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구에 있는 생물 중에서 가장 많은 땅을 차지하는 것도 사람이고 땅을 망치는 것도 사람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다시는 사람이 악하다고 해서 땅을 저주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땅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사람이 악하다고 해서 땅을 저주하지 않겠다.” 그런데 이보다 더 놀라운 말씀이 바로 뒤에 나옵니다. “사람은 어릴 때부터 그 마음의 생각이 악하기 마련이다. 다시는 이번에 한 것 같이 모든 생물을 없애지는 않겠다.” 사람이 어릴 때부터 악하다는 것입니다. 그럼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악하게 태어났다는 말인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창세기 1장은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되었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사람이 귀하게 창조되었는데, 어떻게 하나님께서 사람을 가리켜 “어릴 때부터 그 마음의 생각이 악하기 마련”이라고 말씀하실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탄식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당신의 형상을 따라 사람을 귀하게 창조했는데 조금 지나지 않아서 악을 행하더라는 것입니다. 마치 신선하고 깨끗한 음식을 만들어서 며칠 놔두었더니 음식이 상해서 먹을 수가 없는 것처럼, 사람은 하나님으로부터 나왔지만 하나님으로부터 세상에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악을 배우고 악을 행하더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를 보시고 내가 사람을 아무리 선하게 창조하여도 사람은 어릴 때부터 악을 제일 먼저 배우는 구나 탄식하셨습니다.

이 말씀이 놀라운 점은 사람이 어릴 때부터 악을 행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럴 지라도 내가 다시는 사람을 심판하지 않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에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악한 것을 보시고 사람 지으신 것을 후회하셨습니다. 그리고 홍수를 일으켜 세상을 심판하셨습니다. 사람이 악하기 때문에 세상을 심판했는데, 앞으로는 설사 사람이 악할 지라도 두 번 다시 세상을 심판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았는데, 하나님께서 당신의 마음을 바꾸셨습니다. 사람이 악할 때마다 사람을 심판하신다면 수백 번도 더 심판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시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마음을 바꾸셨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사람이 바꾸어지기를 기대하셨는데 사람이 안 바뀌니까 하나님께서 당신의 마음을 바꾸셨습니다.

2. 자식이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부모는 자식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내가 나은 자식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자식이 말썽을 피워서 크게 혼을 내고 집에서 쫓아냈습니다. 그럼 자식이 그 다음부터 말을 잘 듣느냐, 아니요 계속해서 부모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말 안들을 때마다 집에서 쫓아낼 수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지으셨기 때문에 아무리 이 세상이 악해도 이 세상을 포기하실 수가 없습니다. 구약 성경을 보면 하나님께서 세상을 심판하시려고 하다가 마음을 바꾸시는 이야기가 여러번 나옵니다. 출애굽기를 보면 히브리 백성들은 광야를 지날 때마다 하나님을 원망하고 불평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심판하시려고 하다가 모세의 기도를 들으시고 뜻을 접으신 이야기가 나옵니다. 요나서에도 보면 하나님께서 니느웨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서 니느웨로 가기 싫어하는 요나를 설득하시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저주하지 않겠다는 말은 세상이 어떻게 되든지 가만히 내버려두겠다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고 회복하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께서 택하신 방법은 우리를 동역자로 불러 함께 일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를 부르셔서 함께 이 세상을 회복하고 변화시키기를 원하십니다. 농부가 밭을 가는데 잡초가 자라기 시작합니다. 잡초를 뽑고 조금 있으면 또 잡초가 자랍니다. 농사 일이 뜻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잡초가 많다고 해서 밭을 버리는 농부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도 당신이 지으신 세상이 악하다고 해서 세상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신께서 세상을 선하게 만드셨지만 세상은 악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안타깝고 실망스럽지만 당신께서 세상을 만드셨기 때문에 세상을 포기하지 않고 구원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셨습니다.

가끔 인터넷을 보면 하나님으로부터 환상을 받았는데 앞으로 멀지 않아 큰 환난이나 전쟁이 일어나고 세상이 불타 없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심판하시는 환상을 자기가 받았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분명하게 “땅이 있는 한 뿌리는 때와 거두는 때, 추위와 더위, 여름과 겨울, 낮과 밤이 그치지 아니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세상을 사랑하시고 이 세상을 살리기 원하십니다. 성령은 세상을 살리고 악령은 세상을 파괴합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도 이 땅에 뿌리는 때와 거두는 때, 추위와 더위, 여름과 겨울, 낮과 밤이 그치지 아니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멸망시킬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뜻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종말은 이 세상이 불타 없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이 세상이 변화되어 새 하늘과 새 땅,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 세상이 불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이 더 좋은 세상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 세상이 불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 세상이 망한다면 그것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버리셨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전쟁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위험한 것 중의 하나가 핵발전소입니다. 보통 [원자력발전소]라고 하는데 원자력발전소라고 말하면 왠지 안전한 것처럼 보입니다. 영어로는 Nuclear Power Plant라고 했으니까 한국말로 번역하면 [핵발전소]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세월호 사고가 난 원인 중의 하나가 배의 수명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한 것이었는데 한국 고리핵발전소도 원래 수명이 30년인데 수명을 연장해서 현재 37년째 쓰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1979년 미국, 1986년 러시아, 2011년 일본에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한국에서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이 세상에 분명히 악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권력을 남용하고 약자를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노아의 홍수가 다시 일어나서 악한 사람들이 없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다시는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심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악한 사람들을 다 없애버렸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악한 사람들이 또 등장할 것입니다. 이 세상에 분명히 악이 있지만 우리들은 절망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셔서 믿음의 조상으로 만드시고 새 역사를 만드신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오늘날에도 우리들을 부르셔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새 역사를 만들고 계십니다. 아브라함 같은 단 한사람을 부르셔서 그 한 사람을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키기를 원하십니다. 고대 종교를 보면 무지개는 신들이 전쟁에 나갈 때 쓰는 활을 가리켰습니다. 무지개가 활처럼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심판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상징으로 무지개 활을 하늘에 매달아 놓으셨습니다. 하늘에 매달아 놓았다는 말은 신이 전쟁에서 은퇴했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전쟁을 가리키는 무지개 활이 평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악할지라도 다시는 이 땅을 저주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뿌리는 때와 거두는 때, 추위와 더위, 여름과 겨울, 낮과 밤이 있는 것이 우리에게 축복입니다. 이 땅은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들이 살아야 할 땅입니다. 하나님께서 심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신 이 땅이 우리의 잘못으로 저주받지 않도록 땅을 경작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Posted by 정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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