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다섯번째 주일 / 3월 세번째 주일

사순절, 여성들의 아픔과 치료

마가복음(Mark) 5:21 - 34

정해빈 목사






1. 오늘 St. Patrick's Day(3월 17일), 아일랜드 명절 행사가 있어서 다운타운이 복잡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 화요일, 3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 이었습니다. 185738일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저임금 및 비인간적인 작업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뉴욕 시내를 행진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러시아 여성들이 세계 1차 대전에서 희생된 2백만이 넘는 러시아 군인들을 위해 19172월 마지막 일요일에 빵과 평화를 위해 시위를 벌였는데 이로부터 4일 후 러시아 황제가 물러나고 새로 들어선 임시 정부는 여성들의 참정권을 보장했습니다. 러시아 여성들이 행진한 223, 2월 마지막 일요일이 서양 달력으로 38일이 됩니다. 이런 일들이 계기가 되어서 1977년 유엔은 매년 3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정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인정받고 활동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여성이 여전히 차별받고 억압받는 곳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세상에는 여성들이 정당하게 대우받지 못하는 곳이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여성의 날을 통해서 여성의 위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여성의 존재를 생각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께서 많은 병자들을 고치시고 귀신들린 사람들을 고치시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들의 고통을 안타까워하시고 여성들의 아픔/상처/질병을 치료하시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마가복음 5장을 보면 예수님이 두 명의 여성을 치료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지난 주일에 예수님의 기적과 병 고침 이야기를 말씀드렸는데 오늘 한 번 더 기적 이야기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마가복음 5장을 보면 예수께서 갈릴리 바닷가에 계실 때 12년간 혈루증을 앓는 여자가 예수께 다가가서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대는 일이 벌어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혈루증은 보통 혈우병(血友病, hemophilia), 혈액이 응고되지 못해서 계속 피가 흘러나오는 병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단순히 피가 응고되지 못해서 생기는 병이라기보다는 여성의 몸과 관련된 병이라고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불규칙적인 월경 과다 유출로 인해 자주 피를 흘렸을 수도 있고 또는 자궁 질병으로 인해 자주 피를 흘렸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산부인과에 가면 쉽게 치료받을 수 있었지만 옛날에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여인의 입장에서 볼 때 자주 피를 흘리니 참으로 민망하고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26절을 보면 여러 의사에게 보이면서 고생도 많이 하고 재산도 다 없앴으나 아무 효력이 없었고 상태는 더 악화되었다고 기록을 했습니다. 의사들을 찾아가 치료를 받았지만 아무 효력이 없었고 재산은 없어지고 상태는 더 악화되었습니다. 남자 의사를 만날 때마다 자신의 몸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도 수치스러웠을 것입니다. 12년 동안 피를 흘렸으니 그녀의 상태는 지금 최악의 상태였습니다. 몸은 비쩍 말라 죽기 직전이었고 더 이상 의지할 곳도 없었습니다. 가정을 꾸릴 수도 없었고 남편을 가까이 할 수도 없었고 아이를 낳을 수도 없었습니다. 가정과 사회에서 완전히 버림받게 되었습니다. 여기 나오는 이 여인은 생명이 말라가고 꺼져가는 중년 여인의 고통을 가리킵니다.

 

옛날 구약 성경을 쓴 옛날 사람들은 피 속에 생명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유대인들은 피가 들어간 음식, 선짓국이나 순댓국을 먹지 않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피를 영양분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피 속에 어떤 영적인 생명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어떤 사람이 자꾸 피를 흘리면 그 사람은 영적인 생명을 바깥에 버리는 사람이 되고 자연스럽게 부정한 사람이 됩니다. 구약 성경 레위기서를 보면 이와 관련된 말씀들이 많이 나옵니다. 여성의 하혈을 죄의 상징으로 보았습니다. 하혈하는 여인은 부정하니까 접촉하면 안 됩니다. 여성이 남자 아이를 출산하면 7일 동안, 여자 아이를 출산하면 14일 동안 불결하다고 간주되었습니다. 남자 아이를 출산하면 33일 동안, 여자 아이를 출산하면 66일간의 정화 기간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예배 처소 출입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월경이 끝나거나 출산이 끝나면 속죄 제물을 바쳐야 합니다. 월경이나 출산은 속죄가 아니라 축하를 해 주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축하 대신 속죄 제물을 바치라고 했습니다. 여성은 생명을 낳기 위해 피를 흘리기 때문에 오히려 축하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그런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무조건 피를 흘리면 부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옛날 사람들의 생각이 남성적이고 근시안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이 여인은 지금 한계 상황에 처했습니다. 가족도 없고 재산도 없고 너무 아프고 지쳐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한계 상황에 처하면 모든 것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마지막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여인은 두 번째를 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서 예수님께 다가갔습니다. 기적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살고자 하는 마음, 한계를 넘어서려는 용기가 있을 때 기적이 이루어집니다. 예수님이 지나가신다는 소식을 듣고 용기를 내서 예수님의 몸을 만졌습니다. 피 흘리는 여인은 사람들의 눈에 띄면 안 됩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보면 부정하다고 피하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아야 합니다. 그녀는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용기를 내어 예수께 다가갔습니다. 보이지 않는 사람이 보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이 세상에는 이 여인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넒은 세상으로 나가지 못하고 가족이나 마을 안에 격리되어 살아가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지금도 힌두교를 믿는 인도 시골에서는 여성이 피를 흘리거나 몸이 아프면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집 밖에 머물러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런 장벽을 인정하지 않으셨습니다. 장벽과 차별과 한계에 갇혀 있는 여성들을 만나주셨고 그들을 새로운 삶으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예수님을 만나려고 하니 예수님이 사람들 사이에 가려서 보이지 않습니다. 남자 제자들이 예수님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서 그들을 뚫고 예수님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여인은 용기를 내서 남자 제자들을 헤집고 들어가서 예수님의 몸을 만졌습니다. 부정한 여인이 손을 대면 손을 댄 모든 사람들은 부정한 사람이 됩니다. 아마도 남자 제자들이 깜짝 놀라서 이 여인을 욕하고 밀쳐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 여인을 만나주셨고 이 여인의 병을 고쳐 주셨습니다. 이 여인은 가부장적 경계에 도전했습니다. 남자 제자들이 예수님을 둘러싸고 있으니 이것을 남자들만의 울타리(Inner Circle)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남자 제자들 안으로 뚫고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여인은 과감하게 남자들만의 울타리(Inner Circle)을 뚫고 들어가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1980년에서 1982년까지 캐나다연합교회 최초로 여성 총회장이 되신 Lois Miriam Wilson 목사님이 계십니다. 이 분이 [흔히 들을 수 없는 성서의 여성 이야기]라는 책에서 이 여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예수는 그 여인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밝히려 했는가? 예수는 그 여인이 금기를 깨뜨렸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으며 그 결과로 그 여인이 심한 고통을 당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예수는 그녀의 행위를 공개하기를 원했음에 틀림없다. 그렇게 하여 다른 여인들도 그것에 의한 유익을 얻게 하려 함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모든 진실을 예수께 이야기했을 때, 예수는 그녀의 신앙과 모험을 행하는 능력이 그리고 전통, 종교, 문화적인 금기를 깨뜨린 결단력이 그녀를 온전하게 만들었다고 선언한다.” 만약 예수님이 이 여인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다면 이 여인은 남자들을 비집고 들어온 행동 때문에 큰 모욕을 당했을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그것을 아시고 그녀를 공개하고 그녀를 인정해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그녀가 남성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Lois Wilson 목사님께서 같은 여성 입장에서 오늘 말씀을 잘 해석해 주셨습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안심하고 가거라. 그리고 이 병에서 벗어나서 건강하여라.” 성경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입니다. 안심하고 가거라, 아무도 그대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건강하여라, 다시는 아프지 말아라, 우리 주님께서 이 여인의 몸과 마음을 치료해 주셨습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오늘 말씀을 자세히 보면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는 여인 외에 12살 된 소녀가 고통당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회당장 야이로가 예수께 와서 12살 된 딸이 죽게 되었으니 고쳐 달라고 말했습니다. 예수께서는 혈루증 앓는 여인을 먼저 고치신 다음에 회당장 야이로의 집에 들어가서 소녀의 손을 잡고 달리다굼소녀야 일어나라 말씀하셨습니다.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는 여인은 중년 여성의 고통을 가리키고, 12살 되어서 죽게 된 소녀는 젊은 여성의 아픔을 가리킵니다. 사회와 종교가 너무 엄격하고 가부장적이면 여성들이 고통을 받게 됩니다. 젊은 여성도 고통을 받고 늙은 여성도 고통을 받습니다. 예수께서는 고통받는 여성들을 일으켜 주셨습니다. “달리다굼,” 여성들아 일어나라,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살지 말고 보이는 사람으로 살아라. 더 이상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라, 한계에 갇혀 살지 말고 한계를 넘어서는 사람이 되어라. 하나님의 딸로서 기쁘고 당당하게 살아라,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은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하시고 여성들의 아픔을 치료해 주셨습니다. 달리다굼, 주님을 만나 치료받으시고 일어서시기 바랍니다. 주님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는 성도님들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Jesus healed women’s grief

Mark 5:21 - 34


Once again Jesus got into the boat and crossed Lake Galilee. Then as he stood on the shore, a large crowd gathered around him. The person in charge of the Jewish meeting place was also there. His name was Jairus, and when he saw Jesus, he went over to him. He knelt at Jesus' feet and started begging him for help. He said, "My daughter is about to die! Please come and touch her, so she will get well and live." Jesus went with Jairus. Many people followed along and kept crowding around. In the crowd was a woman who had been bleeding for twelve years. She had gone to many doctors, and they had not done anything except cause her a lot of pain. She had paid them all the money she had. But instead of getting better, she only got worse. (Mark 5:21-26)


The woman had heard about Jesus, so she came up behind him in the crowd and barely touched his clothes. She had said to herself, "If I can just touch his clothes, I will get well." As soon as she touched them, her bleeding stopped, and she knew she was well. At that moment Jesus felt power go out from him. He turned to the crowd and asked, "Who touched my clothes?" His disciples said to him, "Look at all these people crowding around you! How can you ask who touched you?" But Jesus turned to see who had touched him. The woman knew what had happened to her. She came shaking with fear and knelt down in front of Jesus. Then she told him the whole story. Jesus said to the woman, "You are now well because of your faith. May God give you peace! You are healed, and you will no longer be in pain." (Mark 5:27-34)


March 8th is International Women's Day. This day reminds us of the dignity and human rights of all the women in the world. We remember that Jesus welcomed and loved women, treated them with great respect and dignity, and healed their physical and spiritual sufferings. Today’s scripture shows that Jesus healed the bleeding woman. According to Mosaic Law, women who were ceremonially unclean weren't allowed to touch anyone. But desperate women do desperate things. For 12 long years blood had flowed from her body, making her physically sick and socially unacceptable. Because of the continual bleeding, the woman would have been continually regarded in Jewish law as a menstruating woman, and so ceremonially unclean. In order to be regarded as clean, the flow of blood would need to stop for at least 7 days. Because of the constant bleeding, this woman would have lived in a continual state of uncleanness which would have brought upon her social and religious isolation.


When the woman approached Jesus without a male sponsor and tried to reach beyond the limits of social and religious taboo, Jesus recognized her courage and healed her grief. Right after this healing, Jesus visited and healed Jairus' 12 year old daughter who was almost dead, by taking her by the hand and saying to her, “Talitha cum,” which means, “Little girl, get up!” Today’s scripture shows that Jesus recognized the realities of the women of all ages who were suffered from the patriarchal religious system which bear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Jesus stood with them and cured their sorrow. Jesus' life grants life-changing healing. It is a healing authority that crosses boundaries, both ethnic and gender ones. Jesus chooses not to leave people in the conditions in which he finds them and gives the power to alter that condition. We pray that all the women be healed and they get up from social barriers. Amen.

Posted by 정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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