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절 세번째 주일 / 6월 세번째 주일
성령강림절, 악령을 쫓아내시다 
누가복음서 8:26-28, 30-35

정해빈 목사

 

 

 

우리는 요즘 6월부터 성령강림절 절기를 지키고 있습니다. 성령을 한자로 표현하면, 거룩할 성, 신령할 영, 성령(聖靈)이 됩니다. 한자가 말하는 것처럼 하나님의 영은 거룩하고 깨끗하고 신비롭습니다. 우리를 거룩하게 만드시고 우리를 위로하시고 우리를 일으켜주시고 우리를 깨우쳐 주십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거룩한 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악한 영도 있습니다. 영이 밖으로 표현되는 것이 정신과 생각입니다. 좋은 영에서 좋은 생각과 정신이 나오고 나쁜 영에서 나쁜 생각과 정신이 나옵니다. 거룩한 영은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가져다주고 공동체의 공동의 선을 위해서 일하도록 우리를 도와줍니다. 반대로 악한 영은 생명을 파괴하고 공동체를 파괴합니다.

 

지난 4년 전 우리 교회 위쪽에 있는 영/핀치 교차로에서 한 남성이 밴 차량을 몰고 인도로 뛰어들어서 한인 3명을 포함해서 10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당한 일이 있었는데 최근에 그 사람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여자들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 것에 화가 나서 차를 몰고 인도로 뛰어들어서 선량한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악한 영, 악한 생각, 악한 정신이 그 사람을 지배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악한 영과 생각과 정신에 사로잡히면 그 사람은 생명을 파괴하고 이웃에게 해를 입히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선한 영이 내 삶을 인도하는가, 아니면 악한 영이 내 삶을 인도하는가가 중요합니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이고 국가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러시아의 경우와 같이 국가 지도자가 전쟁을 일으키고 남의 나라를 침략한다면 그 국가의 지도자는 거룩한 영이 아니라 악한 영에 사로잡혔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한 사람의 잘못된 결정 때문에 수많은 군인들과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고 세계경제가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 뿐만 아니라 요즘 남북한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뉴스를 보면 마음이 답답합니다. 북한 지도자는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을 잘하고 인민들의 삶을 위해서 노력해도 부족할 판에 무기를 개발하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새로 임기를 시작한 한국의 대통령 부부는 주말마다 백화점 쇼핑을 하고 빵을 사먹고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십니다. 경제위기/물가위기/안보위기를 맞이해서 24시간 항상 깨어 있어도 부족할 판에 가는 곳마다 사람과 교통을 통제하면서 권력놀음에 심취해 있습니다. 사람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이 선한 사람인지 악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구약성경은 성령을 히브리어로 “루아흐”(ruah)라고 표현을 했고 신약성경은 헬라어로 “프뉴마”(pneuma)로 표현을 했습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태초에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을 때,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여기 나오는 “운행한다” 라는 말은 히브리어 “메라헤페트(תפחרט), 따뜻하게 알을 품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성령께서는 어미 새가 따뜻하게 알을 품듯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은 땅을 따뜻하게 품어서 생명이 나오게 하셨습니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흙으로 사람을 만드신 후에 그 코에 성령을 불어넣어서 사람을 하나님과 소통하는 사람으로 만드셨고 노아의 홍수가 일어났을 때에는 바람(성령)을 불어넣어서 물이 줄어들고 땅이 드러나게 하셔서 노아의 가족들이 땅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하셨습니다. 신약성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은 성령으로 태어나셨고 성령으로 세례를 받으셨고 성령의 인도함을 받아서 공생애를 사셨고 성령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오순절에 성령을 받고 능력을 받아서 차별이 없는 교회를 세웠습니다. 이렇게 거룩한 영, 선한 영이 역사하면 생명이 태어나고 공동의 선이 세워지고 교회가 세워집니다.

 

이렇게 성령께서 역사하시면 생명이 살아나고 생명이 치료되지만 반대로 이 세상에는 생명을 파괴하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악한 영도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누가복음 8장 말씀을 통해서 그 악한 영의 실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갈릴리 맞은 편, 이방인의 땅에 속한 거라사 지방에 가셨을 때, 길거리에서 귀신들린 사람을 만나셨습니다. 이 사람은 오랫동안 옷을 입지 않은 채 무덤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옷을 제대로 입지 않고 무덤에서 지내는 것을 보면 이 사람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귀신에 걸리게 되면 두가지 현상이 나타나는데, 첫째로는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귀신에게 끌려 다니게 되고 둘째로는 자해를 하면서 자기 몸을 해칩니다. 오늘 말씀에 나오는 이 사람도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서 옷을 입지 않고 무덤에서 지냈고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동네 사람들이 이 사람을 쇠사슬로 묶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쇠사슬을 끊고 광야를 돌아다녔습니다. 오늘날에는 정신병에 걸렸다고 표현을 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귀신들렸다고 표현을 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옛날 사람들의 생각이 더 정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학적으로는 저런 사람을 가리켜서 정신분열, 정신병에 걸렸다고 표현을 합니다. 하지만 영적으로 깊이 생각해 보면 선한 영이 아니라 악한 영이 그 사람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저 사람이 저런 행동을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그 사람에게 이름을 묻자 그 사람은 자신의 이름이 군대라고 말을 했습니다. 여기 나오는 군대는 “레기온” 로마군단을 가리킵니다. 당시 거라사 지방에는 유대 땅을 통치하는 로마 군대가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군대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자신을 미치게 만드는 악한 영이 군대였습니다. 우리는 로마군대 귀신이 어떻게 이 사람 속으로 들어갔는지 알지 못합니다. 로마군대에서 일하면서 폭력을 행사하다가 정신이 미쳤을 수도 있고 반대로 로마군대로부터 큰 폭력을 당하고 나서 정신이 미쳤을 수도 있습니다. 군대의 폭력을 목격했거나 자신이 직접 폭력에 가담했거나 아니면 그 폭력의 희생자가 되었을 때, 사람은 정신이상/트라우마를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군대와 전쟁은 사람을 병들고 미치게 만듭니다. 오늘날에도 월남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에 참가한 군인들이 제대 후에 트라우마에 시달려서 정신질환을 앓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6.25 전쟁도 마찬가지이고 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과 폭력은 가해자와 희생자 모두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병들게 만듭니다.

 

지난 6월 10일, 캐나다 Globe and Mail 신문에 당시 해병대로 월남전에 참전했던 78세의 한인목사가 자신이 양민학살에 가담했다는 것을 밝혔고 이러한 내용이 다큐멘타리 영화로 제작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 당시 누가 적군이고 누가 민간인인지 구분이 안 되니까 그냥 마을을 통째로 불태웠다고 고백을 했습니다. 이 분도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신이 한 행동으로 인해서 고통을 받았을 것입니다. 한참 시간이 지나기는 했지만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군대 귀신들은 자신들을 죽이지 말고 대신 언덕에 있는 돼지들 속으로 들어가게 해 달라고 예수님께 간청을 했습니다. 예수님이 허락하자 귀신들이 이 사람에게서 나와서 돼지들 속으로 들어갔고 귀신이 들어간 돼지들은 호수에 빠져서 죽었습니다. 이 사람이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니니까 돼지들이 놀라서 호수에 빠졌을 수도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아마도 로마 군대가 돼지고기를 먹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돼지고기를 먹는 군대 귀신을 쫓아내셨고 덕분에 이 사람은 제 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악령을 쫓아내자 마을 사람들은 예수님을 환영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불편하게 생각했습니다. 기존질서에 익숙한 사람들이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들은 로마군대와 귀신들린 사람과 돼지 떼가 있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했습니다. 잘못된 체제와 생각과 정신을 바꾸고 생명의 영, 정의의 영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쟁과 폭력의 영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항상 깨어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6.25 전쟁이 일어난지 72년, 내년 2023년 정전협정 70주년이 됩니다. 한반도의 정전협정이 종전협정으로 바뀌어서 6.25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나는 역사가 일어나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같이 오늘날에도 전쟁귀신에 의해서 고통받는 이웃들을 생각하면서 악한 영을 따라가지 아니하고 생명의 영을 환영하고 생명의 영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Posted by 정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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