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 후 두번째 주일 / 캐나다연합교회창립90주년기념주일
캐나다연합교회, 예수의 얼굴이 되어
마태복음 5:14-16, 고린도후서 3:18, 4:6
정해빈 목사

 

 

 


1. 올해 캐나다 날씨는 이상해서 계절이 바뀌어도 여전히 쌀쌀합니다. 오늘부터 6월, 7월, 8월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2015년 6월 첫째 주일은 캐나다연합교회 창립90주년 감사예배를 드리는 날입니다.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토론토 연회가 열려서 창립90주년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로 다른 교단이 연합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성령께서 역사하셔야만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오늘은 우리 교회가 속한 캐나다연합교회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슬라이드를 보면서 지난 9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으려고 합니다. 지금부터 148년 전인 1867년 7월 1일 여러 주가 합쳐서 캐나다라는 나라가 시작되었습니다. 1876년 소위 원주민 보호법에 따라서 지난 주일에 말씀드린 원주민 기숙 학교가 시작되었습니다. 1896년 벤쿠버에서는 일본 감리교회가 있었고 1902년 연합운동이 시작되었지만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때문에 연합운동이 보류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925년 6월 10일 토론토 다운타운 경기장에서 캐나다장로교, 캐나다감리교, 캐나다회중교회가 모여서 캐나다연합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카톨릭이 하나인 것처럼 개신교도 서로 연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연합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장로교와 감리교와 회중교회가 하나로 합친 것은 세계 기독교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때 비둘기, 성경, 떨기나무, 알파와 오메가 그림을 넣은 교단 상징 문장이 만들어졌습니다. 1930년대에도 여전히 기독교가 운영하는 기숙사 학교가 있었고 1935년에 벌써 중국연합교회가 50주년 축하행사를 가졌습니다. 1936년 여성이 최초로 목사 안수를 받았고 1939년부터 1965년까지 목회자들이 전쟁 반대 운동을 벌였습니다. 1946년 캐나다연합교회와 캐나다성공회 사이의 연합 운동이 있었고 1948년 비로소 원주민 기숙 학교가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캐나다연합교회는 1952년 사스카츄완 주의 수상인 Tommy Douglas가 시작한 공공의료제도를 적극 지지/후원하였습니다. 이것이 발전해서 오늘날 캐나다 시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의료혜택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62년 전국여신도회가 창립되었고 1968년 복음형제교단이 캐나다연합교회에 합류했습니다.

1968년 최초로 평신도 총회장이 선출되었고 해외 선교를 후원하기 위해 Mission and Service Fund가 만들어졌으며 우리가 매주일 고백하는 새신조(New Creed)가 만들어졌습니다. 1971년 캐나다연합교회와 캐나다성공회와 캐나다제자교회의 연합운동이 시도되었다가 1975년 중단되었습니다. 1974년 최초로 흑인 총회장이 선출되었고 1978년 교단 안에 있는 소수민족교회(중국인연합교회, 일본인연합교회, 한인연합교회 등)를 위해서 일하는 전국소수민족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옛날 우리 교회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1980년 최초로 여성 총회장이 선출되었습니다. 1986년 총회장이 원주민들에게 처음으로 사과를 했고 1986년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였습니다. 1988년 이상철 목사님께서 아시아 사람으로는 최초로 총회장에 당선되셨습니다. 처음에는 백인들이 총회장이 되었는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평신도, 흑인, 여성, 아시아 사람들이 총회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1988년 성적 취향이 다른 사람을 교회가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선언서가 만들어졌고 1992년 총회장이 재차 원주민들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1994년 원주민 기숙 학교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펀드가 모금되었고 1998년 원주민들에게 드리는 공식 사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2000년 인종차별 정규정이 만들어졌고 2004년 남아시아 수나미 희생자들을 위한 기금을 전달했습니다. 2005년 동성 결혼을 지지하였고 2007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2011년 세계자본주의가 점점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것을 목격하고 1%의 탐욕에 반대하고 99%의 입장을 대변하는 Occupy Movement 운동에 동참했습니다.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환경오염을 반대하고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교회 상징 문장을 수정해서, 비둘기, 성경, 떨기나무, 알파와 오메가에 더해서 원주민들을 상징하는 글자와 색깔이 추가되었습니다. 노란색, 검정색, 빨간색, 흰색이 추가되었고 모학(Mohawk) 원주민들이 항상 쓰는 말, 아퀘 니아테테와네렌(Akwe Nia’Tetewá:neren), “모두가 연결되어 있습니다”(All my relations)이라는 글자가 추가되었습니다. 그 옆에 있는 라틴어 글자도 같은 뜻입니다. 우트 옴네스 운음 신트(ut omnes unum sint), “모두가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That all may be one, John 17:21). 2006년 믿음의 노래(Song of Faith)라는 신앙고백서가 발표되었고 2015년 8월 뉴펀들랜드에서 제 42차 전국 총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2. 캐나다연합교회는 창립90주년을 축하하면서 올해의 주제를 “그리스도의 얼굴이 되어”(Being the face of Christ)로 정했습니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얼굴이 되자 그런 의미에서 이런 주제를 잡은 것 같은데 나름대로 적절한 주제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모름지기 그리스도의 얼굴이 나타나는 교회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교회에는 반드시 그리스도의 얼굴이 나타나야 합니다. 지난 과거 역사를 보면 교회가 그리스도의 따뜻한 얼굴이 되기보다는 무서운 얼굴이 된 적이 많았습니다. 교회가 고통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어주기 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억압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5만 명의 원주민 자녀들이 대여섯 살 어린 나이에 강제로 기숙 학교에 보내졌고 이중 6000명이 질병/자살 등으로 죽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강제로 부모 곁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갔으니 아이들이 얼마나 부모를 보고 싶어했을까요? 약 8만 명의 생존자들이 2007년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냈고 이를 계기로 진실과 화해 위원회가 만들어져서 지난 6년간의 활동을 모은 보고서를 지난 주에 제출했습니다. 대부분의 기숙 학교를 카톨릭이 운영했지만 캐나다연합교회도 이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원주민 말살 정책에 참여한 교회는 그리스도의 얼굴이 나타나는 교회가 아니라 다른 얼굴이 나타나는 교회일 것입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볼 때 교회가 예수님의 얼굴이 아니라 다른 얼굴이 되는 때가 많았습니다. 돈과 권력을 손에 쥐고 국가 교회, 부자 교회인 것을 자랑스러워할 때도 있었고 유럽의 서양 문화를 원주민들에게 강제로 주입할 때도 있었습니다. 캐나다연합교회는 이런 과거를 회개하고 이제는 Intercultural 교회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서로 배우고 교류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더 풍성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백인 문화 중심의 교회가 아니라 우리 교회 같은 유색 인종 교회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교회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오늘 우리가 읽은 마태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이와 같이 너희 빛을 사람에게 비추어서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여라." 때로는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착한 행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서 세상 사람들이 너희들을 통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하여라 말씀하셨습니다. 바울은 고린도후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너울을 벗어버리고 주님의 영광을 바라봅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주님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하여 점점 더 큰 영광에 이르게 됩니다. 이것은 영이신 주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어둠 속에 빛이 비쳐라" 하고 말씀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마음 속을 비추셔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나타난 하나님의 영광을 아는 지식의 빛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우리가 바르게 신앙생활하면 할수록 주님을 닮아가게 되고 주님을 닮아가면 갈수록 우리의 얼굴에 주님의 얼굴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바울은 말했습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그리스도의 얼굴이 나타나는 교회는 어떤 교회일까요?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얼굴을 본적은 없지만 예수님의 얼굴은 분명 자비롭고 따뜻하고 긍휼이 풍성한 얼굴이셨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자비로우시니 예수님의 얼굴도 자비로우셨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병자들을 고치시고 죄인들을 용서하시고 가난한 자들과 식사하시며 정의와 자비가 풍성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그 예수님의 얼굴이 나타나는 교회에는 분명 따뜻한 사랑과 용서와 자비가 풍성할 것입니다. 감사와 기쁨과 찬양이 넘칠 것입니다. 낯선 사람들과 나그네들을 따뜻하게 환영하는 교회일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도 편안하게 올 수 있고 나이든 사람도 편안하게 올 수 있는 교회일 것입니다. 과거를 묻지 않고 모든 사람을 환영하는 교회일 것입니다. 누구나 와서 예배드리고 은혜받는 교회,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교회, 사람을 꾸짖거나 정죄하지 않는 교회, 성도님들이 은혜받아서 점점 예수의 얼굴을 닮아가는 교회가 바로 그런 교회일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예수님의 자비로우신 얼굴이 나타나는 은혜롭고 따뜻하고 개방적인 교회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우리들 모두가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Posted by 정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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