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 후 다섯번째 주일 / 야외예배

흙과 바람과 물과 불

시편 139:13-18, 예레미야 18:1-8

정해빈 목사

 

 

 

1. 오늘 2015년 6월 마지막 주일은 야외 예배를 드리는 날인데 비가 와서 야외 예배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비가 와야 생명이 살 수 있으니까 비 오는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올해 캐나다 날씨는 여름에도 쌀쌀한 것 같습니다. 오늘 설교는 야외예배를 염두해두고 준비했는데 야외예배는 아니지만 그냥 준비한 대로 말씀을 전하려고 합니다. 옛날 고대 그리스에서는 자연의 근본 물질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던 철학자들이 있었습니다. 자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자연의 근본 물질은 무엇일까? 이 문제를 가지고 씨름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인류 최초의 철학자, 자연철학자라고 부릅니다.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은 인간/사회/윤리에 대해 관심을 보였는데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같은 사람들이 등장하기 이전에 가장 먼저 활동했던 사람들이 바로 자연철학자들이었습니다. 인류에 맨 처음 등장했던 자연철학자들 중에 엠페도클레스라는 철학자는 세상 만물이 4가지 원소, 흙과 바람과 물과 불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4가지가 서로 얼마만큼 끌어당기고 섞이느냐에 따라서 세상 만물이 다르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재료들을 쪼개고 분해해 보면 결국 4가지, 흙과 바람과 물과 불만 남게 된다, 그래서 바로 이 4가지가 세상 만물을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재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리스 철학자가 말한 이 4가지 재료가 성경에도 이와 비슷하게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성경은 4가지 재료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 4가지 재료를 가지고 세상을 창조하셨다고 고백을 했습니다. 우주만물을 창조하실 때도 4가지 재료를 가지고 창조하셨고 당신의 뜻을 사람들에게 계시하실 때도 4가지 재료를 사용하셨습니다. 특히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창조하시고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실 때 이 4가지 재료를 결정적으로 사용하셨습니다. 사람은 결국 이 4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람에게 있어 이 4가지를 빼면 아무 것도 남지 않습니다. 왜 이 4가지 재료가 사람에게 중요한지 하나씩 하나씩 생각해 보겠습니다. 4가지 재료의 순서가 중요한데 첫째는 흙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흙으로 사람을 지었다는 것은 우리가 자연의 일부요, 피조물이라는 것을 가리킵니다. 우리는 맨 처음 흙에서 나왔습니다. 흙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습니다. 흙에서 난 것을 먹고 흙을 밟아야 건강합니다. 바울은 흙에서 난 몸을 첫 번째 몸이라 부르고 부활할 때 갖게 되는 영적인 몸을 두 번째 몸이라고 불렀습니다. 부활할 때 갖게 되는 두 번째 몸은 죽은 다음에 갖게 되는 것이고 우리가 이 땅에서 사는 동안 갖게 되는 몸은 흙으로 된 몸입니다. 흙은 겉으로 보기에 더럽고 약하고 깨지기 싶습니다. 우리의 몸은 약합니다. 하지만 그 흙에 다른 것이 더해지면 흙은 새로운 존재가 됩니다. 여기에 창조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흙으로 만드셨지만 우리를 흙에 머물지 않게 하시고 새로운 존재, 영적인 존재, 아름다운 존재로 만드셨습니다. 그 단계가 두 번째 바람의 단계입니다.

 

맨 처음 사람을 흙으로 지으시고 두 번째 단계로 사람의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생기가 바로 바람입니다. 하나님의 숨결, 생기, 히브리어로 루하흐, 하나님의 영, 성령입니다. 사람 모양의 흙에 바람이 들어가자 진짜 사람이 되었습니다. 흙과 바람이 만나야 사람다운 사람이 됩니다. 사람과 짐승의 차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짐승은 본능대로 움직입니다. 하나님의 바람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사람은 하나님의 바람이 들어갔기 때문에 하나님과 대화하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고 하나님을 예배합니다. 사람이 생각하는 갈대인 것은 사람의 코에 하나님의 영/바람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바람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줍니다. 하나님의 영이 내 안에 있는 사람은 동물처럼 행동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영이 내 안에 있는 사람은 양심이 있기 때문에 양심적인 사람, 도덕적인 사람, 종교적인 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영이 없는 사람은 동물처럼 행동합니다. 짐승과 사람의 차이점은 하나님의 바람, 영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사람이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는 것처럼, 하나님의 생기/영/바람이 우리 안에 들어와야 우리가 영적으로 깨어있고 양심과 도덕이 살아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야 공기가 통하고 공기가 통해야 생명이 살 수 있습니다. 흙으로 된 우리 몸에 바람이 들어가야 진정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2.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 코에 바람/생기를 불어넣으신 하나님께서는 세 번째로 우리에게 물을 채워주셨습니다. 사람 몸의 70%는 물/피로 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살려면 흙과 바람 외에 물이 있어야 합니다. 물은 첫째로 생명을 낳고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나님께서 맨 처음 세상을 창조하실 때 하나님의 영이 수면 위에 운행하셨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맨 처음 생명이 물에서 나왔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생명은 항상 물에서 나옵니다. 지구에 생명이 사는 것은 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태어난 곳도 물입니다. 아기 생명을 감싸는 물을 양수라고 합니다. 물/오하시스가 있어야 거기에서 생명이 나오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물은 둘째로 생명을 씻겨주는 역할을 합니다. 흙과 바람으로 지어진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죄를 짓고 하나님의 뜻에 불순종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선과 악 중에서 악을 선택할 수도 있고 점점 몸과 마음에 때가 묻어서 하나님과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바로 그럴 때 하나님께서는 생명수로 우리를 씻겨 주셔서 우리가 새로운 삶, 거듭난 삶, 중생하는 삶을 살게 하십니다. 물은 창조와 재창조, 중생, 깨끗함, 거듭남을 가리킵니다. 물을 통해서 우리는 깨끗해집니다. 예를 들어서 눈에서 나오는 물을 눈물이라고 부르는데 사람은 눈물을 흘릴 때 몸과 마음이 깨끗해집니다. 또 영적으로 거듭나는 것을 의미하는 세례/침례 의식이 있습니다. 물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입니다. 영적인 거듭남이 일어날 때 항상 물이 사용되었습니다. 물이 더러운 것을 씻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노아의 홍수는 물을 통한 세상 정화/청소를 가리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더러워지고 부정하게 되었을 때 생명의 물로 우리를 씻겨주시고 우리를 거듭나게 만들어주십니다. 우리는 물에서 나왔고 물을 통해서 생명을 유지하게 되고 물을 통해서 더러워진 몸과 마음을 씻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세 번째 재료는 물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4번째 재료는 불입니다. 우리 몸이 흙과 바람과 물로 되어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쉬운데 불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 몸과 불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불은 사랑의 에너지, 공동체의 에너지입니다. 불은 우리를 서로 묶어주고 우리가 서로 사랑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우리의 삶을 진실하게 만들고 의미있게 만들어 줍니다. 공동체를 세워주는 불, 그것이 바로 성경이 말하는 성령의 불입니다. 두려움에 떨던 초대 교회 제자들이 오순절에 용기를 내서 교회를 세운 것도 성령의 불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일본의 사회철학자 이마무라히토시(今村仁司)는 “의미는 불을 피울 때 만들어진다”는 말을 했습니다. 사람은 불을 피우는 순간 경건해지고 진실해지고 따뜻해집니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가 야외로 캠핑을 가는 것입니다. 도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캠핑을 갈 수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로는 불을 피우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옛날 원시인들이 서로 모여서 불을 피웠던 경험이 우리 유전자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인류는 불을 피우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 공동체를 세워나갔습니다. 원시인들이 동그랗게 불을 피우고 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간의 오해도 풀리고 공동체의 문제도 해결됩니다. 불가에 앉으면 질투심도 사라지고 마음도 부드러워집니다. 그래서 그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은 불을 발견한 것인데 단순히 음식을 익혀먹고 추위를 이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불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공동체를 세워주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인류의 종교도 불이 있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예배 시간에 저렇게 촛불을 피우는 것도 불이 하나님의 임재와 거룩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불을 피우는 순간 사람은 진실해지고 거룩해집니다. 중년 남자들이 캠핑장에서 불을 피우고 싶은 것은 잃어버렸던 삶의 의미를 되찾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불을 피우면서 나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입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흙/바람/물/불을 통해서 우리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우리의 몸은 비록 더럽고 약한 흙에서 나왔지만 그 흙에 바람/물/불이 더해질 때 우리의 몸은 아름다운 그릇이 되고 아름다운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가 읽은 예레미야 18장에서 우리를 흙으로 비유하셨습니다. 토기장이가 그릇을 빗다가 그릇이 좋지 않으면 그릇을 다시 만들 듯이 좋은 그릇이 되지 못한 유다 백성들을 다시 만들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주님께서는 시편 139편 말씀처럼 “내 장기를 창조하시고 내 모태에서 나를 짜 맞추셨습니다.” 부드러운 흙과 하나님의 생기, 깨끗한 물과 뜨거운 불을 가지고 사는 삶이 복된 삶입니다. 그래야 우리의 삶이 아름답고 풍성해집니다. 흙으로 사람을 지으신 하나님께서는 바람과 물과 불을 통해 우리를 더 좋은 그릇, 아름다운 그릇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흙과 바람과 물과 불을 통해 좋은 그릇이 되어 아름답고 복된 삶을 살고 사랑의 공동체/교회를 세워나가는 우리들 모두가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Posted by 정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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