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여섯번째 주일 / 5월 세번째 주일
부활절, 우리가 실망할 때
누가복음 24:13 - 24
정해빈 목사




우리는 요즘 4월 5월 부활절 절기를 지키고 있습니다. 부활절 기간에 제일 많이 읽는 말씀 중 하나가 누가복음 24장에 나오는 엠마오 이야기입니다. 지난 4월 30일, 우리 교회 창립50주년감사예배에서 폴 허치슨 노회장 목사님께서 엠마오 이야기를 가지고 설교해 주셨습니다. 예수님이 처형되시고 나서 2명의 제자가 예루살렘에서 삼십리, 12km 떨어져 있는 엠마오를 향해 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제자들이 예루살렘을 떠난 것은 예수님에게 실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께서 이스라엘의 영광을 되찾고 권력과 명예와 영광을 가져다주실 것을 기대했는데 주님은 너무도 허무하게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19절과 21절, “그는 하나님과 모든 백성 앞에서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였습니다.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분이라는 것을 알고서 그분에게 소망을 걸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자들은 주님이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바로 이 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님이 이스라엘을 일으키실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니 실망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 제자는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길을 떠났습니다. 

우리들도 제자들처럼 인생을 살면서 실망스러운 일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실망의 연속인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살면 살수록 실망스러운 일들이 더 많아지는지도 모릅니다. 인생에서 실망스러운 순간은 일일이 예를 들기가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손에 물 안 묻힌다고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 고생만 시키니까 아내는 남편에게 실망합니다. 남편은 결혼하기 전에는 착하고 얌전했는데 결혼하고 나서 부인이 사나워진 것을 보고 아내에게 실망합니다. 부모는 자녀를 보면서 내가 많은 것을 희생하면서 키웠는데 자녀가 기대만큼 자라지 못할 때 부모는 자녀에게 실망하게 됩니다. 때로는 내가 다니는 직장에게 실망하고 내가 사는 나라에게 실망하기도 합니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할 때, 국민은 이게 나라냐, 이런 나라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망스러운 일을 만나면 삶의 의욕이 떨어지고 몸과 마음이 지치게 됩니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 중의 하나가 무언가에 실망할 때입니다. 무엇인가에 실망할 때, 그 순간을 지혜롭게 잘 넘겨야 합니다. 바로 그 순간에 내가 왜 실망하는지, 무엇 때문에 실망하는지, 내가 실망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는 예수님에게 실망했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실망시켰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이 실망한 것은 예수님이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제자들이 예수님에게 잘못된 기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무엇인가에 실망할 때, 그 실망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상대방이 잘못해서 내가 실망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잘못된 기대를 했기 때문에 실망하는 것인지, 실망의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는지 아니면 나에게 있는 지를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제자들은 잘못된 기대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님께서 몇 번에 걸쳐서 나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우리 죄를 사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내주러 왔다고 말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은 예수님을 통해서 인간적인 명예와 영광과 권력과 재물을 얻고자 했습니다. 무언가 화끈하게 세상을 바꿀 줄 알았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니 그들은 예수님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이 실망한 것은 그들 스스로가 잘못된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들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실망할 때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잘못해서 실망할 수도 있고, 우리가 잘못된 기대를 했기 때문에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내가 누군가에게 실망했을 수도 있고,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실망을 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들 모두는 부족하고 불완전합니다. 예를 들어서 하나님은 온전하시고 완벽하시고 흠이 없으시지만 하나님을 예배하는 교회는 흠이 있고 불완전합니다. 하나님은 완전하시지만 사람들이 모인 교회와 사람들이 만든 예배/조직/제도는 불완전합니다. 교회가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하신 하나님을 100% 다 보여줄 수가 없습니다. 교회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목회자도 불완전하고 예배도 불완전하고 조직과 제도도 불완전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하나님을 100% 만나기 위해 교회를 찾아왔는데 하나님을 50%만 경험했다고 하면 그 사람은 교회에 대해서 실망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완벽하시지만 교회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들은 하나님의 마음을 닮아가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들 모두가 하나님의 마음을 닮아가려고 노력할 때 우리 교회는 50%, 60%, 70% 하나님을 더 많이 닮아가는 교회가 될 것입니다. 또 교회를 처음 다니는 분들 중에는 하나님께 많은 것을 기대했는데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을 때 하나님께 실망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나님, 이렇게 해주세요, 저렇게 해주세요, 기도했는데 그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실망하게 됩니다. 마귀 중에 제일 큰 마귀가 섭섭마귀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한 사람도 섭섭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이 교회는 따뜻한 교회이구나, 이 교회는 나를 환영하는 교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모든 사람을 따뜻하게 환영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무엇을 달라고 열심히 기도했는데 이루어지지 않으면 하나님께 섭섭한 마음이 들게 됩니다. 분명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는 분이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을 마치 요술 방망이나 슈퍼맨처럼 생각해서 내가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것을 주는 분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하나님, 내가 이것이 필요하니 이것을 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하는 것 보다는 “하나님, 하나님의 뜻대로 하십시오. 저희들을 진리로 인도해 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하는 신앙이 참된 신앙입니다. 비록 고난이 있다할지라도 하나님께서 자비로우시고 진실하신 분임을 믿고 하나님을 더 사랑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닮고자 하는 신앙이 참된 신앙입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새로 취임한지 열흘 된 대통령의 행보가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비서관들과 함께 잔디밭에서 커피를 마시고 구내식당에서 똑같이 줄을 서서 밥을 먹고 기자들에게 정책을 설명하고 질문을 받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세월호 희생자 부모, 5.18 유족들을 따뜻하게 껴안아주었습니다. 국민들의 87%가 새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대답한 것을 보았습니다. 1.4 후퇴 때 부모님이 흥남을 떠나 미군 화물선을 타고 거제도에 도착했는데 대통령이 거기서 태어났습니다. 가끔 왜 한국에는 오바마 대통령이나 트루도 수상 같은 따뜻한 지도자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 우리도 그런 지도자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 국민들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지도자를 뽑았고 나라를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실망스러운 일이 많아서 이런 세상 살아서 무엇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조용하게 새로운 희망, 새로운 미래를 우리들에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제자들이 실망해서 엠마오로 길을 떠났을 때에, 부활하신 예수님은 나그네의 모습으로 나타나셔서 그들과 대화하시고 모세와 예언자에서부터 시작해서 성경 전체에 기록된 말씀을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리스도가 마땅히 이런 고난을 겪고서 자기 영광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나님의 뜻에 끝까지 순종하고 자기를 희생하고 자기를 내어주는 메시야, 그런 메시야만이 참 구세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오늘 말씀을 보면 나그네로 오신 주님께서는 말씀을 전하시고 떡과 잔을 나누어준 후에 갑자기 사라지셨습니다. 부활의 주님께서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말씀을 통해서 우리와 함께 하시고 성찬을 통해서 우리와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은 주님께서 죽으셨으니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실망한 마음으로 길을 떠났지만 부활의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주님이 왜 고난받아야 하는 지를 설명해 주셨고 주님이 부활하셨음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실망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어렵고 힘든 일이 많을 지라도 우리는 실망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사망 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오늘날에도 조용히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계시는 주님을 바라보시면서 위로와 용기를 얻는 성도님들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멘.

Easter, when we were disappointed
Luke 24:13 – 24

Now on that same day two of them were going to a village called Emmaus, about seven miles from Jerusalem, and talking with each other about all these things that had happened. While they were talking and discussing, Jesus himself came near and went with them, but their eyes were kept from recognizing him. And he said to them, ‘What are you discussing with each other while you walk along?’ They stood still, looking sad. Then one of them, whose name was Cleopas, answered him, ‘Are you the only stranger in Jerusalem who does not know the things that have taken place there in these days?’ He asked them, ‘What things?’ They replied, ‘The things about Jesus of Nazareth, who was a prophet mighty in deed and word before God and all the people, and how our chief priests and leaders handed him over to be condemned to death and crucified him. (Luke 24:13 - 20)

But we had hoped that he was the one to redeem Israel. Yes, and besides all this, it is now the third day since these things took place. Moreover, some women of our group astounded us. They were at the tomb early this morning, and when they did not find his body there, they came back and told us that they had indeed seen a vision of angels who said that he was alive. Some of those who were with us went to the tomb and found it just as the women had said; but they did not see him.’ Then he said to them, ‘Oh, how foolish you are, and how slow of heart to believe all that the prophets have declared! Was it not necessary that the Messiah should suffer these things and then enter into his glory?’ Then beginning with Moses and all the prophets, he interpreted to them the things about himself in all the scriptures. (Luke 24:21 – 27)

When the disciples were disappointed and left the road to Emmaus, the resurrected Jesus appeared to them as a stranger, talked with them, and taught them the scriptures about the messiah. "Christ should not enter into his glory after experiencing such suffering." He taught his disciples that only the messiah, who is obedient to God's will and sacrifices himself to the will of God, can become a true Savior. The Lord of resurrection may not be visible to us. But we do not worry, since the Lord is with us through the word and the sacrament. Although there are many hardships in the world, we are not disappointed, because the Lord has risen from the power of death. Truly darkness can not beat the light. Thanks be to God. Amen.

Posted by 정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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