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절 아홉번째 주일 / 7월 다섯번째 주일
성령강림절, 야곱과 돌베개
창세기 28:10 - 19
정해빈 목사
지난 7월 첫째 주일과 둘째 주일에 아브라함과 사라, 이삭과 리브가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 오늘은 야곱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아브라함과 사라가 이민 1세대이고 이삭과 리브가가 이민 2세대라고 한다면 야곱은 이민 3세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창세기 28장 말씀은 야곱이 형 에서를 속여서 장자권을 얻고 눈이 잘 안 보이는 아버지를 속여서 축복을 받은 다음에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도망가는 이야기입니다. 형 에서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을 안 야곱은 급히 도망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야곱은 지금 춥고 배고프고 외로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부모 곁을 떠나기는 했는데 앞으로 자기 인생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보통 집에서 잠 잘 때는 부드러운 베개를 베고 잠을 잡니다. 하지만 야곱은 지금 광야에서 돌베개를 베고 잠을 잤습니다. 그만큼 그의 상황이 힘들고 외롭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혼자서 여행하다가 들에서 잠을 자는 것이 불안하고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도둑이나 들짐승이 찾아올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잠을 자는 그 순간에 야곱은 천사들이 사다리를 타고 하늘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말씀하시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가 가깝게 느껴지는 때와 장소를 가리켜서 영어로 Thin Place(얇은 장소) 라고 부릅니다. 영국 스코틀랜드에 가면 오랜 역사를 가진 켈틱 수도원이 있는데 그곳 사람들은 어떤 시간, 어떤 장소에 가면 하나님과 사람의 거리가 아주 가까워지고 얇아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곳에 가면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가 가깝고 얇아졌기 때문에 하나님을 만날 수도 있고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과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얇아졌기 때문에 그곳을 Thin Place(얇은 장소) 라고 불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언제, 어느 곳에서 하나님과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얇아졌다고 느낄까요? 첫째로는 사람들마다 하나님을 가깝게 느껴지는 장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골방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기도원일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산이나 바다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특별한 추억이 있는 장소일 수도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왠지 하나님께서 가깝게 느껴지는 장소가 있다면 그곳이 Thin Place(얇은 장소) 입니다. 둘째로는 어떤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을 가깝게 느껴지는 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들이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하나님과 나와의 거리가 멀게 느껴질 때가 있고 아주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일상생활이 편안하고 아무 문제가 없을 때는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가 무덤덤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나의 삶에 큰 고통이 있거나 어려운 문제가 있거나 큰 기도 제목이 있거나 하나님의 도우심이 간절하게 필요할 때는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가 가깝게 느껴지게 됩니다.
야곱이 광야에서 돌베개를 베고 잠을 자는 그 순간은 야곱에게 있어 Thin Place(얇은 장소) 였습니다. 야곱은 그곳을 베델이라고 불렀는데, 베델이라는 말은 Beth(집) + El(하나님), “하나님의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원래부터 특별하거나 거룩한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야곱이 누워있는 곳이 특별한 곳이기 때문에 야곱에 나타나신 것이 아니라, 야곱이 그곳에 누웠기 때문에 그곳에 나타나셨습니다. 어쩌면 하나님을 만나는 순간은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때가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과 이삭의 후손 야곱을 기억하시고 그가 불안하고 힘들고 외로운 마음을 가지고 잠 들었을 때 그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성도님들, 나의 삶이 힘들고 외롭고 불안할 때가 있으십니까? 바로 그 순간이 바로 하나님을 가깝게 만날 때라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는 간절하게 주님을 찾는 사람에게 나타나시지 간절하지 않은 사람에게 나타나지 않으십니다. 야곱은 돌베개를 베고 잠을 자면서 하나님께 간절하게 기도했을 것입니다. “하나님, 제가 불안하고 무섭습니다. 저를 지켜주십시오.” 야곱이 그렇게 기도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나타나셔서 그를 축복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바로 여기서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나타나셔서 야곱을 축복하시는 것이 옳은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야곱은 아버지와 형을 속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심하게 표현하면 사기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나타나셔서 “내가 너와 함께 하고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 주며 내가 너를 다시 이 땅으로 데려 오겠다. 내가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내가 너를 떠나지 않겠다."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장면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에서와 야곱은 성격과 관심사가 서로 달랐습니다. 형 에서는 힘이 세고 밖에서 사냥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는 할아버지 아브라함, 아버지 이삭으로 내려오는 신앙의 유산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나님 신앙, 신앙의 유산, 믿음의 조상, 복의 근원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냥 하루하루 잘 먹고 잘 자면 그것으로 족했습니다. 팥죽을 끓여가지고 온 야곱에게 장자권을 넘길 만큼 장자권, 신앙의 유산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야곱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믿음의 조상, 복의 근원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비록 자신은 둘째로 태어났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장자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야곱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고 운명을 개척하는 사람이었으며 하나님께 크게 쓰임받기를 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자기의 꿈이 너무 지나쳐서 아버지와 형을 속이면서까지 자기 목표를 달성할 정도로 때로는 영리하고 때로는 교활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런 야곱을 축복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을 축복하신 것은 야곱이 의롭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야곱의 가능성을 보시고 그를 축복하셨습니다. 그는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보석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자기 운명을 개척해서 하나님께 쓰임 받고자 하는 선한 마음도 갖고 있었지만 동시에 목표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잔꾀를 부리는 나쁜 마음도 갖고 있었습니다. 창세기 말씀을 읽어보면 하나님께서 사기꾼 같은 야곱을 어떻게 천천히 변화시켜주셨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기적이고 약삭빠른 야곱을 믿음의 사람으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일제시대 독립 운동을 했던 장준하 선생이 쓴 [돌베개]라는 회고록이 있습니다. 장준하는 26살에 일제 학도병으로 끌려갔다가 병영을 탈출해서 6,000리, 2300 킬로 떨어진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7개월을 걸어서 찾아갔습니다. 청년 장준하는 야곱처럼 들판에서 잠을 자면서 기도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을 지켜주신 것처럼 나의 앞길을 지켜달라는 뜻에서 책의 제목을 [돌베개]로 지었습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하나님께서 야곱 같은 사람을 축복하신 말씀이 위로가 됩니다. 선하고 의로운 사람만 축복을 받는다면 우리들 중에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야곱은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을 모두 갖고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야곱이 갖고 있는 선한 마음을 높여주시고 악한 마음을 낮추어 주셨습니다. 야곱은 하나님의 인도함을 따라서 조금씩 하나님의 사람으로 바뀔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들도 야곱처럼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 모두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의 가능성을 보시고 우리들을 축복하시고 우리들을 조금씩 변화시켜 주십니다. 우리들을 사랑하시고 변화시켜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있기 때문에 우리들이 희망을 갖고 이 세상을 살 수 있습니다.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하나님을 만나면 선한 사람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찾아오신 그 순간이 “얇은 장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이 외롭고 힘들 때 우리들을 찾아오셔서 우리들을 축복해 주십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너와 함께할 것이다, 내가 너를 나의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주님께서 우리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들이 문제 많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으시고 우리들을 찾아오셔서 우리들을 축복하시고 우리들을 변화시켜 주십니다. 우리는 홀로가 아닙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돌베개를 베고 잘 만큼 삶이 어렵고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때가 하나님께서 나를 찾아오실 때 인줄로 믿습니다. 나를 찾아오시고 나를 위로하시고 나를 축복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우리들 모두가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Pentecost, Jacob and stone pillow
Genesis 28:10 - 19
Jacob left Beersheba and set out for Harran. When he reached a certain place, he stopped for the night because the sun had set. Taking one of the stones there, he put it under his head and lay down to sleep. He had a dream in which he saw a stairway resting on the earth, with its top reaching to heaven, and the angels of God were ascending and descending on it. There above it stood the Lord, and he said: “I am the Lord, the God of your father Abraham and the God of Isaac. I will give you and your descendants the land on which you are lying. (Genesis 28:10-13)
Your descendants will be like the dust of the earth, and you will spread out to the west and to the east, to the north and to the south. All peoples on earth will be blessed through you and your offspring. I am with you and will watch over you wherever you go, and I will bring you back to this land. I will not leave you until I have done what I have promised you.” When Jacob awoke from his sleep, he thought, “Surely the Lord is in this place, and I was not aware of it.” He was afraid and said, “How awesome is this place! This is none other than the house of God; this is the gate of heaven.” Early the next morning Jacob took the stone he had placed under his head and set it up as a pillar and poured oil on top of it. He called that place Bethel, though the city used to be called Luz. (Genesis 28:14-19)
According to today’s Words, God appeared to Jacob and blessed him, when Jacob was sleeping on a stone pillow in the field. God did not bless Jacob because he was righteous. Rather Jacob was a man who deceived his father and brother in order to get a birthright. But God saw his possibilities and promised to bless him. We, like Jacob, have both good and evil minds. But God sees our possibilities first and changes us little by little by blessing our lives. Even a wicked person can turn into a good person, if that person meets God. The moment when God came to Jacob was a "thin place". God comes and blesses us when we are painful and difficult. Although we are sometimes wicked and deceitful, God never gives us up. God comes to us when we face the movement that is difficult and hard like a stone pillow. Let us remember loving God who comes to us when we are in trouble. God will come, bless, and change us. A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