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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첫번째 주일 / 2월 두번째 주일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사람들

요한복음 2:1 – 11

정해빈 목사


 




1. 성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 1장을 읽어보면 하나님께서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셨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첫째 날에 빛을 만드시고 둘째 날에 하늘을 만드시고 셋째 날에 땅을 만드셨습니다. 그리고는 하늘에는 새를 채우시고 바다에는 물고기를 채우시고 땅에는 식물과 동물을 채우셨습니다. 이렇게 모든 생물을 지으신 후에 마지막으로 사람을 지으셨습니다. 그리고는 모든 생물을 향해서 “생육하고 번성하고 땅에 충만하라” 말씀하셨습니다. “잘 살아라, 자손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라, 행복하게 살아라”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잘 살라는 말은 죽지 말고 영원히 살라는 말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피조물이기 때문에 때가 되면 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행복하게 살다 행복하게 죽어라,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살아라, 말씀하셨습니다. 행복하게 살다가 행복하게 죽는 것이 우리들 모두의 소망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것을 다 만들어 주셨습니다. 높은 하늘, 신선한 공기, 맑은 물, 아름다운 동산의 열매들을 다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렇게 창세기 1장은 생명의 잔치에 대한 이야기이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축복하시는 이야기입니다. 온 세상에 생명의 기운이 가득차고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이 가득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성경은 어두운 책이 아니라 밝은 책입니다. 요한복음 2장으로 표현하면 하나님께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신 것 자체가 가나의 혼인 잔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잔치요 축제입니다. 창세기 이야기는 생명의 잔치 이야기입니다.

 

창세기 1장은 이렇게 생명을 축복하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모든 것이 풍성하고 행복합니다. 영적으로 보면 가나의 혼인 잔치와 같습니다. 그런데 창세기의 내용이 2장 3장부터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생명의 축제/잔치로 시작된 창세기 이야기가 조금씩 어두운 이야기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생명의 축제/잔치가 깨지고 슬픔과 탄식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생명의 잔치가 깨지는 과정을 보면 그 몇 가지 원인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잘못된 말입니다. 뱀이 등장해서 “하나님이 정말로 너희에게 동산 안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고 말씀하셨느냐?”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원래 하나님께서는 동산 안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는 먹어도 좋지만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뱀은 하나님께서 동산 안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고 하셨느냐? 이렇게 사실을 왜곡했습니다. 뱀은 사실을 왜곡했을 뿐만 아니라 선악과를 따먹고 하나님처럼 되라고 아담과 하와를 부추겼습니다. 왜곡된 말, 욕심을 부추기는 말이 생명의 잔치를 파괴합니다. 뱀의 역할을 오늘날로 말하면 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거나 사람들의 욕심을 부추기면 생명의 공동체는 깨지게 됩니다. 잘못된 말, 욕심을 부추기는 말 때문에 평화로웠던 에덴동산에 갈등이 생기고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말의 역할이 참 중요합니다. 우리의 가정과 교회와 사회 공동체를 잘 유지하려면 좋은 말, 바른 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말이 공동체를 살리고 공동체를 일으킵니다.


생명의 잔치를 깨뜨리는 두 번째 원인은 잘못된 종교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가인과 아벨을 낳았는데 가인이 시기하여 아벨을 죽였습니다. 형제 살인의 원인은 종교 분쟁이었습니다. 누구의 제사를 하나님이 받으시느냐, 하나님이 누구를 더 사랑하시느냐, 하나님이 누구 편이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형제를 살인하게 되었습니다. 종교 경쟁이 일어나면 그 종교가 무서운 괴물이 되어서 생명의 잔치를 파괴하게 됩니다. 최근에 중동 지역 이슬람교 갈등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가 80%, 이란/이라크를 중심으로 한 시아파가 20%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남쪽은 수니파, 북쪽은 시아파로 되어 있는데 수니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바그다드 시내에 담벼락이 세워져 있고 길 하나 사이로 두 파가 서로 총을 쏘고 있습니다. 같은 이슬람교를 믿은 사람들이 두 파로 나누어져서 서로를 악마의 자식들이라고 저주하면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저렇게 싸우고 죽일 거면 차라리 종교가 없어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잘못된 언론이 생명의 공동체를 파괴하기도 하고 때로는 잘못된 종교가 생명의 공동체를 파괴하기도 합니다. 창세기 1장에 기록된 풍성한 생명의 잔치가 잘못된 언론과 잘못된 종교 때문에 깨어지게 되었습니다.

 

2. 생명의 잔치가 깨어졌을 때 누군가는 그 깨어진 잔치를 다시 복원시켜야 합니다. 누군가는 부서지고 깨어진 세상을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집안이 부서지고 깨어지면 누군가가 팔을 걷어 부치고 쓸고 닦아야 합니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살림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이 바로 하나님의 일꾼입니다. 생명의 잔치가 깨어졌을 때 대처하는 3가지 대처방식이 있습니다. 첫째는 생명의 잔치가 깨어졌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경우입니다. 잔치 집에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앞에 포도주 잔이 남아 있는 사람은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가정, 교회, 세상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 삶이 편안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잘 알지 못합니다. 아주 부유하고 깨끗한 고급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하루하루 얼마나 힘겹게 살아가는지 알지 못할 것입니다. 모두가 다 자기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먹고 살기 힘든 사람은 세상이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먹고 살기 편한 사람은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합니다. 두 번째는 잔치 집에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을 알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잔치집의 주인과 신랑 신부는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잔치 집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지 못했습니다. 무언가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지만 내가 직접 나서지는 못합니다. 누군가가 나 대신 나서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생명의 잔치가 깨어졌을 때 대처하는 세번째 방법은 생명의 잔치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일을 하는 경우입니다. 오늘 말씀을 보면 일꾼들이 돌 항아리 여섯 개에 물을 부었습니다. 땀을 흘리며 큰 항아리 여섯 개에 물을 부었습니다. 기적은 누군가가 항아리에 물을 채울 때 일어납니다. 가나의 혼인 잔치 기적의 주인공은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일꾼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일꾼들이 물로 채운 항아리를 마지막에 포도주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항아리에 물을 채우지 않았다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포도주가 떨어졌는지를 전혀 알지 못했고 어떤 사람은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오직 일꾼들만이 가만히 있지 않고 빈 항아리에 물을 채웠습니다. 성경은 여기 나오는 일꾼들을 헬라어로 Diakonia로 표현했는데 이 디아코니아가 바로 봉사자/일꾼/집사를 가리킵니다. 혼인 잔치 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이 바로 이 사람들입니다. 청소하는 사람들도 이 사람들이었고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사람들도 바로 이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누가 포도주가 떨어진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누가 깨지고 부서진 세상을 치료할 수 있을까요? 일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꿉니다. 땀 흘리는 사람들,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꿉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버니 샌더스라는 사람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버몬트 주 벌링턴이라는 조그만 도시의 시장을 지냈고 주 상원의원을 지냈지만 원래 이 사람은 유명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30년 이상 사회의 약자를 위해서 묵묵하게 일했습니다. 사람들이 점점 이 사람의 말에 열광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선진국들 중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한 나라입니다. 상위 1%의 사람들이 미국이 벌어들이는 돈의 9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 중산층들은 줄어들고 빈곤층은 늘어났으며 3500만 명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저 임금을 인상해서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깨지고 부서진 세상을 바꾸기 위해 땀 흘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 세상에 희망이 있습니다. 절망하고 포기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생명의 잔치가 깨졌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만이, 그리고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땀 흘리는 사람만이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땀 흘리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열심히 땀 흘리는 사람에게는 우울증에 걸릴 시간이 없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우울증이 찾아오지만 열심히 땀 흘리고 봉사하는 사람에게는 우울증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세상이 가면 갈수록 가난한 사람들이 살기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서서 세상을 바꾸어야 합니다.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디아코니아, 봉사자/일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역사를 바꾸게 될 것입니다. 주님은 땀 흘리는 사람들을 기억하시고 그 사람들을 통해 새 역사를 이루십니다. 새 역사의 기적을 꿈꾸며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Those pouring water into the jar

John 2:1 – 11


On the third day there was a wedding in Cana of Galilee, and the mother of Jesus was there. Jesus and his disciples had also been invited to the wedding. When the wine gave out, the mother of Jesus said to him, ‘They have no wine.’ And Jesus said to her, ‘Woman, what concern is that to you and to me? My hour has not yet come.’ His mother said to the servants, ‘Do whatever he tells you.’ Now standing there were six stone water-jars for the Jewish rites of purification, each holding twenty or thirty gallons. Jesus said to them, ‘Fill the jars with water.’ And they filled them up to the brim. (John 2:1-7)


He said to them, ‘Now draw some out, and take it to the chief steward.’ So they took it. When the steward tasted the water that had become wine, and did not know where it came from (though the servants who had drawn the water knew), the steward called the bridegroom and said to him, ‘Everyone serves the good wine first, and then the inferior wine after the guests have become drunk. But you have kept the good wine until now.’ Jesus did this, the first of his signs, in Cana of Galilee, and revealed his glory; and his disciples believed in him. (John 2:8-11)


If you look at Genesis chapter 1, the first book of the Bible, you can see how God carefully and beautifully created the world for us. God made the light on the first day, the heaven on the second day, and the earth on the third day, letting all the living creatures fill the space, and finally said, “Be fruitful and multiply, and fill the earth and subdue it.” According to Genesis, God blessed the world and gave us everything we need. It is about the feast of life. It is about the story of joy and abundance. Spiritually speaking, the creation story corresponds to the story of the wedding at Cana; a joyful and abundant life. The story of creation is bright and beautiful. However, this feast of life did not last long. Genesis 2 and 3 shows that the snake, symbolizing the wrong speech, broke the good relationship between God and people, and even between man and woman, and then religious competition brought down the murder of brother.


When the wine gave out at a wedding in Cana, Jesus said to the servants, “Fill the jars with water.” So they filled them up to the brim. This story shows that there are 3 types of people in the world. The first type of people do not know that the wine run out of. The second type of people know that there is no wine but they do not know what to do. The third type of people know the reality and do whatever to fix the problem. According to the Gospel of John chapter 2, it was the servants who made the miracle possible. If they did not fill the jars with water, Jesus could not have done a miracle, turning water into wine. They fill the jars with water and deliver new wine to the people. We know that this world is like a wedding in Cana where the wine run out of soon. Today’s story shows that only those who work hard can change the world. The scripture calls these servants “diakonia” which means stewards or deacons. Instead of complaining the world of inequality and discrimination, we are called to work to fix the world as God’s servants. Amen.

Posted by 정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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