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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28 창조절, 불의한 세상과 풍성한 삶

창조절 네번째 주일 / 9월 네번째 주일
창조절, 불의한 세상과 풍성한 삶
창세기 1:27-31, 마태복음 6:30-34
정해빈 목사

 

   

 

 


1. 창조절 네 번째 주일입니다.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신 후에 여러 번 보시기에 좋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빛을 만드신 후에도 보시기에 좋았다, 땅과 바다를 만드신 후에도 보시기에 좋았다, 식물과 나무를 만드신 후에도 보시기에 좋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보시기에 좋았다는 말씀은 이 세상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보시기에 좋다는 뜻입니다. 무엇이 쓸모가 있기 때문에 보기 좋은 것이 아니라 그냥 존재 그 자체가 보기 좋다는 뜻입니다. 회사가 사람을 뽑을 때는 회사에 필요한 사람을 뽑고 나라가 이민지를 뽑을 때는 그 나라에 필요한 사람을 이민자로 뽑습니다. 회사나 나라가 필요한 사람을 뽑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이 점점 이런 식으로 그 사람이 쓸모가 있느냐 없느냐로 사람을 평가한다는데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건강하고 똑똑하고 젊은 사람만 쓸모있는 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사용가치로 보지 않으시고 존재가치로 보십니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그 사람이 쓸모 있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그냥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인 관점으로 보면 길가에 있는 돌멩이, 이름 없는 들꽃, 작은 나무는 쓸모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모든 것이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보시기에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돌멩이가 아름다운 것은 그냥 돌멩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세상적인 기준으로 볼 때 똑똑하지도 못하고 젊지도 못하고 건강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런 기준으로 우리를 보지 않으시고 우리를 귀하게 여기시고 보시기에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열등감에 빠질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나이기 때문에 귀한 존재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지으셨습니다. 나를 보시며 보시기에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사람을 창조하시고 그들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려라. 내가 씨 맺는 채소와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준다. 이것들이 너희의 먹거리가 될 것이다”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 중에서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말과 생육하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사람을 지으셨다는 말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을 가리킵니다. 옛날 고대 종교들을 보면 왕이나 황제만이 하나님의 형상/자녀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왕이나 황제를 가리켜 신의 아들이다, 신의 아들로 입양되었다, 천자(天子)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창세기는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고 말합니다.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말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평등하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저 옛날 수천 년 전 아직 인권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그때에 창세기는 이미 천부인권선언을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하나님으로부터 왔기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차별하면 그 사람을 지으신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창세기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입니다. 동시에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향해서 생육하고 번성하고 땅에 충만하여라, 채소와 나무 열매를 먹어라 말씀하셨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풍성하고 행복하게 살라는 말씀입니다. 창세기 이야기는 이렇게 아름답습니다. 당신의 형상을 따라 사람을 지으셨습니다. 남자와 여자를 똑같이 평등하게 지으셨습니다. 우리 안에 하나님의 형상이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먹거리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풍성한 삶을 살라고 이 세상을 지으셨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삶에 풍성함이 사라졌습니다. 풍성함 대신 차별과 억압과 빈곤이 찾아왔습니다. 정의로운 세상이 아니라 불의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창세기를 보면 뱀이 아담과 하와에게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먹으면 눈이 밝아져서 하나님과 같이 될 것이라고 유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나님과 같이 될 것이라는 말이 달콤하게 들렸습니다. 나도 하나님처럼 높은 사람이 되어서 세상을 다스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과 권력을 쥐고 세상을 내 마음대로 통치하겠다는 욕망이 찾아왔습니다. 하나님의 뜻대로가 아니라 내 마음대로 세상을 다스리겠다는 욕망 때문에 세상은 뒤틀리게 되었습니다. 풍성함과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다툼과 갈등과 불의와 빈곤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2.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문학 베스트셀러 중에 [총,균,쇠]라는 책이 있습니다. 영어로 하면 [Gun,Germ,Steel]이 됩니다. 저자가 젊은 시절 태평양 뉴기니 섬을 방문했을 때 그곳의 원주민 지도자가 “왜 우리 흑인들은 당신 백인들처럼 기계를 만들지 못하는가?" 질문을 했습니다. 저자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는데 총과 세균과 쇠가 인류 역사를 바꾸었다고 말합니다. 맨 처음 인류는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라고 불리는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농경생활을 시작했는데 아시아와 유럽은 가로로 붙어 있어서 농경문화가 쉽게 전파될 수 있었지만 아메리카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서 문화가 쉽게 전파될 수 없었습니다. 농경생활을 하면서 가축을 길렀는데 가축을 통해서 천연두, 결핵 같은 세균이 사람에게 전염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축을 가까이 한 아시아/유럽 사람들은 면역력이 생겨서 세균을 이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아메리카를 정복했을 때 자기 몸에 세균도 같이 가지고 왔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세균에 대한 면역력이 없어서 순식간에 병균에 감염되어 죽게 되었습니다. 면역력도 강하고 거기에 더해서 쇠가 발견되고 총이 발명되면서 유럽 사람들은 전 세계를 지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0명의 스페인 군대가 2000만 명의 잉카제국을 무너뜨린 것도 총과 균과 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처럼 되고 싶은 욕망, 세상을 내 마음대로 지배하고 싶은 욕망이 아름다운 세상을 불의한 세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누구는 지배하고 누구는 지배받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요즘 뉴스에 쿠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교황이 방문했고 미국과 수교를 정상화했습니다. 스페인이 아프리카에서 100만 명의 노예를 데리고 왔는데 그 사람들의 후예들이 오늘날의 쿠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미국이 경제를 봉쇄해서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는 평균 수명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합니다. 가난한 나라인데 왜 평균 수명이 높을까, 첫째는 날씨가 따뜻하고 의료 기술이 발달해서 동네마다 가정의가 있어서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건강을 체크합니다. 둘째는 국가에서 밀가루, 기름, 커피 같은 생필품을 공급합니다. 셋째는 성격이 긍정적이어서 늘 노래와 춤을 춥니다. 넷째는 유기농 농사를 지어서 무공해 과일과 야채를 즐겨 먹습니다. 비료가 부족하니까 비료 대신 지렁이를 이용해서 천연 비료를 만들고 여러 작물을 같이 심어서 병충해가 헷갈리게 만듭니다. 쿠바에서 만든 천연건강식품과 약품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어느 나라든지 완벽한 나라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가난해도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부자 나라라고 해서 다 행복한 것도 아니고 가난한 나라라고 해서 다 불행한 것도 아닙니다. 비료와 고기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유기농 농사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이것이 유명해져서 유기농 농사법을 배우기 위해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오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멕도날드 헴버거를 먹지 않아서 쿠바 사람들이 건강한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꼭 한 가지 방식으로만 살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아라.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여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여 주실 것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위해서 살면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삭개오가 돈은 많이 벌었지만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은 삭개오와 함께 식사하시며 풍성한 삶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삭개오가 지금까지 부정한 방법으로 번 돈을 다 돌려주겠다고 말했을 때 예수께서는 지금 이 집에 구원이 임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느 부자 청년이 영생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물었을 때 예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질을 나누어 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유한 사람은 물질에 집착하기 때문에 풍성한 삶을 살지 못합니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이웃과 물질을 나누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살면 지금보다 더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풍성한 삶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풍성한 삶을 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불행한 것은 세상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내가 풍성한 삶을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물론 우리는 이 세상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여기서 행복하고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합니다. 가난해도 얼마든지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웃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원수를 사랑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면 얼마든지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열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살 때 지금 여기서 풍성한 삶은 시작될 줄로 믿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고 땅에 충만하라는 주님의 말씀따라 풍성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Unjust world and abundant life
Genesis 1:27-31, Matthew 6:30-34

So God created humans to be like himself; he made men and women. God gave them his blessing and said: Have a lot of children! Fill the earth with people and bring it under your control. Rule over the fish in the ocean, the birds in the sky, and every animal on the earth. I have provided all kinds of fruit and grain for you to eat. And I have given the green plants as food for everything else that breathes. These will be food for animals, both wild and tame, and for birds. God looked at what he had done. All of it was very good! Evening came and then morning--that was the sixth day. (Genesis 1:27-31)

God gives such beauty to everything that grows in the fields, even though it is here today and thrown into a fire tomorrow. He will surely do even more for you! Why do you have such little faith? Don't worry and ask yourselves, "Will we have anything to eat? Will we have anything to drink? Will we have any clothes to wear?" Only people who don't know God are always worrying about such things. Your Father in heaven knows that you need all of these. But more than anything else, put God's work first and do what he wants. Then the other things will be yours as well.  Don't worry about tomorrow. It will take care of itself. You have enough to worry about today. (Matthew 6:30-34)

Jared Diamond explains in his book [Guns, Germs, and Steel] why some societies are more materially successful than others. He attributes societal success to geography, food production, immunity to germs, the domestication of animals, and use of steel. Major portions of Eurasia had a natural advantage in developing agriculture and domesticating animals because of geography and the presence of plants. The landmass of Eurasia, laid out on an east-west axis, allowed for the sharing of crops, animals, and ideas. The Americas, stretched out on a north-south axis, traverse various climate zones and geographic boundaries that discourage trade. The diversity and density of Eurasian populations created an immunity to germs that would later wipe out the more isolated populations of the Americas.

According to Genesis, God created all creatures and said, "Be fruitful, multiply, and fill the earth." God made human beings, man and woman, with God's image. God values us, not because we are more beautiful and useful than others, but because we are made up of God's image. God loves us as we are. Although God created the world good to God, this world has become the land of injustice and unequality, mainly due to human beings' desire to rule over the world as they want. But Jesus showed us how to live an abundant life in this world. Jesus taught the rich that abundance comes when they share their wealth with neighbours. Jesus also said, when the poor welcome each other and love their enemies, the abundance of life comes to them. Instead of being attached to wealth or blaming the unjust world, we are called to live an abundant life. This life is nothing to do with how much we have or not. It depends on our attitude of life. It comes when we long for the Kingdom of God, loving and blessing each other, sharing foods, and believing in all abundance coming from God. Amen.

Posted by 정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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