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절 네번째 주일 / 6월 네번째 주일
성령강림절, 거북이 섬에 서서
신명기 8:6 – 11
정해빈 목사
2017년 6월 25일, 우리들은 6월 마지막 주일에 야외예배를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2017년 상반기를 지내면서 우리들을 여기까지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6.25 전쟁이 일어난 지 67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한반도에서 다시는 민족상잔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지난 수요일 6월 21일은 일 년 중에서 해가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하지(夏至)였습니다. 요즘 기간이 해가 가장 깁니다. 밤 9시가 되어도 해가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는 매년 하지에 해당하는 날을 원주민의 날로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수요일에는 캐나다 여기저기에서 원주민들을 기념하는 여러 가지 행사가 있었습니다. 영어로 하면 National Aboriginal Day가 되는데 저스틴 트루도 수상이 지난 수요일에 연설을 하면서 앞으로는 National Aboriginal Day 대신에 National Indigenous Peoples Day로 이름을 바꾸겠다고 선언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Aboriginal이라는 말에는 식민지/원주민/토착민 이라는 부정적인 뜻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Aboriginal 이란 말 대신에 처음 사람들, 땅의 주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Indigenous 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UN에서도 가능하면 Indigenous 라는 말을 쓰자고 제안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은 7월 1일 캐나다 건국 15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6월 21일 하지(夏至) 및 원주민의 날과 7월 1일 Canada Day를 기억하면서 우리들에게 이 아름다운 땅을 물려준 원주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사람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려면 많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물이 있어야 하고 흙이 있어야 하고 따뜻한 햇볕이 있어야 하고 신선한 공기/바람이 있어야 하고 동물과 식물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을 사랑하셔서 우리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순서대로 만드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땅이 캄캄하고 어두우니까 빛이 있어라 말씀하셨고, 온 세상에 물만 있으니까 물이 물러가고 땅이 나오게 하셨습니다. 제일 먼저 물이 있었고 그 다음에 바람이 있었고 그 다음에 땅이 생겼고 그 다음에 식물과 동물이 만들어졌습니다. 물 – 바람 – 땅 – 식물 이런 순서로 세상이 만들어졌습니다. 창세기 1장 1절-2절을 보면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물 위에서 움직이고 계셨다”고 했습니다. 맨 처음 세상은 혼란스럽고 어두웠습니다. 온 세상이 물로 가득 찼습니다. 온 세상이 어둡고 물만 있으니까 생명이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영/바람이 수면 위에서 움직였습니다. 바람이 불면 물이 물러갑니다. 물이 없어지려면 바람이 불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바람이 불었더니 드디어 땅이 나타났습니다. 물은 물끼리 모여서 바다가 되었고 땅은 땅끼리 모여서 육지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육지에서 식물과 동물이 이 생겨났고 마침내 사람이 만들어졌습니다. 창조의 순서가 어둠에서 빛이 생겼고, 그 다음 물 – 바람 – 땅 – 식물/동물/사람 순서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맨 처음 세상에는 물만 있었는데 바람이 불어서 물이 한쪽으로 보이니 바다와 육지가 생겼습니다. 그 육지에서 식물과 동물이 나왔고 마침내 사람이 출현했습니다. 지구상에 제일 먼저 출현한 사람들을 보통 원시인이라고 부릅니다. 원시인 이야기는 너무 먼 옛날 이야기이니까 제쳐두고 가까운 역사를 놓고 보면 이 땅에서 수 만년, 수 천 년 간 살아온 사람들은 북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이었습니다. 원주민들이야 말로 이 땅의 주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서양 이민자들이 이곳에서 살게 된 것은 대략 300년에 불과합니다. 여러분, 원주민들이 자기들이 사는 북아메리카 땅을 무엇이라고 불렀는지 아십니까? 원주민들은 북아메리카를 가리켜서 “거북이 섬, Turtle Island”이라고 불렀습니다. 북미 지도를 잘 보시면 북아메리카 땅이 거북이가 팔과 다리를 벌리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신명기 8장 말씀은 모세가 죽기 전에 후세대들에게 전한 유언의 말씀입니다. 히브리 백성들은 40년간의 광야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모세는 젊은 백성들에게 가나안 땅에서 하나님의 뜻을 잘 지키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하나님의 명령을 잘 지키고 그의 길을 따라가며 그를 경외하십시오. 오늘 내가 여러분에게 전하여 주는 주님의 명령과 법도와 규례를 어기는 일이 없도록 하고 하나님을 잊지 않도록 하십시오.” 하나님의 계명과 법도를 잘 지키고 하나님을 섬기면 땅이 복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님이 여러분을 데리고 가시는 땅은 좋은 땅입니다. 골짜기와 산에서 지하수가 흐르고 샘물이 나고 시냇물이 흐르는 땅이며 밀과 보리가 자라고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가 나는 땅이며 올리브 기름과 꿀이 생산되는 땅이며 먹을 것이 모자라지 않고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는 땅이며 돌에서는 쇠를 얻고 산에서는 구리를 캐낼 수 있는 땅입니다.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에게 주신 옥토에서 당신들은 배불리 먹고 주님을 찬양할 것입니다.” 땅이 기름지고 샘물이 흘러서 먹을 거리가 풍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을 잘 섬기면 풍성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의 계명과 법도는 다른데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하나님의 계명과 법도입니다. 우리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이 땅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수 만 년, 수 천 년 동안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았던 원주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집시다. 요즘 캐나다연합교회, 영어예배를 가보면 예배를 시작할 때 맨 처음 순서로 “이 땅을 우리들에게 물려준 원주민 형제자매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 땅은 본래 여러분들의 땅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삶과 역사를 기억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과거에 받았던 상처에 대해서 용서를 빕니다” 이렇게 고백을 한 후에 예배를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땅을 살면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원주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하나님을 경외하며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그런 삶을 살 때,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자연의 풍성함으로 보답해 주실 줄로 믿습니다. 우리들이 “거북이 섬, Turtle Island”에 살고 있음을 기억하면서 하나님께 감사하고 원주민들에게 감사하고 캐나다에 감사하고 자연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이 땅을 살아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